일본 민주당이 오자와 이치로 대표의 정치자금 불법수수 의혹 사건과 관련해 꼬리를 내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검찰과 전면 대결 자세를 보였던 당 집행부는 시간이 지날수록 구체적인 혐의 사실이 드러나자, 자신감을 잃는 모습이다. 당내에서는 오자와 대표가 더 이상 버티기 힘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며,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6일 전했다.
하토야마 유키오 민주당 간사장은 4일 밤 “애초 행정지도로 끝날 사건인데 강제수사로 (오자와 대표의 측근을) 체포한 것은 이례적이다”라며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고 검찰 수사의 불공정함을 강조하면서도, 오자와 측근이 체포될 당시 사용했던 ‘국책수사’ ‘편파수사’ 등 자극적인 표현은 자제했다. 오자와 대표의 결백 주장과 다른 보도가 잇따르자, 당내 법조계 출신 의원들 사이에서는 “도쿄지검 특수부 수사를 안이하게 봐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속출하고 있다.
민주당 지방 조직에서도 수사의 진척 방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민주당 지방 간부들을 취재한 결과 “실제 수사가 진척되면서 ‘새로운 혐의로 이어지는 사실이 나온다면 오자와는 견딜 수 없다’는 암묵적인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산전수전 다겪은 천하의 오자와 대표라고 해도 1976년 일본 정계를 좌지우지했던 다나카 가쿠에이 전 총리를 록히드 사건으로 체포한 도쿄지검 특수부의 ‘막강 파워’를 견디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벌써부터 오카다 가쓰야 전 대표가 ‘포스트 오자와’ 의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오자와 대표는 결사항전의 자세를 굽히지 않고 있다. 오자와 대표는 6일 기자회견에서 “현 단계에서 나 자신의 진퇴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면서 “수뢰 용의자처럼 보도되고 있으나 그런 사실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개별 사항은 비서를 믿고 맡겨두고 있었다”며 “개개의 헌금에 관한 것은 알지 못한다”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그는 또 오는 10일 당 상임간사회의에서 그간의 경과에 대해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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