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와 이치로 일본 민주당 대표가 4일 도쿄 당사에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오자와 대표는 이날 퇴진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 도쿄/AP 연합
“선거 앞둔 시점 정치자금 수사…정치공작” 비판
검찰 “오자와쪽서 헌금 요구”…민주 이미지 타격
검찰 “오자와쪽서 헌금 요구”…민주 이미지 타격
일본의 차기 총리를 향해 순항하던 오자와 이치로 민주당 대표가 검찰의 정치자금 수사로 최대의 정치적 위기를 맞자, 검찰 수사에 정면대결을 선언했다. 그러나 검찰은 오자와 쪽이 먼저 정치자금을 요구했다며 밝혀, 검찰의 수사 진전에 따라 일본 정치판을 흔들 수 있는 폭탄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 “나는 깨끗” 오자와 대표는 4일 기자회견에서 정치자금 불법 수수혐의에 대해 “어떤 것도 꺼릴 게 없다”며 “비서의 행위는 적법하다”고 말했다. 대표직을 사퇴할 뜻이 없고, 사과할 일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는 “중의원선거가 거론되는 시기에 이례적인 수사가 이뤄진 것은 정치적으로나 법률적으로나 불공정한 국가권력, 검찰권력의 행사”라며, 검찰 수사는 정치공작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도 앞서 당간부회의를 열어 “오자와 대표는 잘못한 것이 없으며, 책임질 필요가 없다”는 데 의견의 일치를 봤다. 이에 따라 소장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부각됐던 당내 일각의 오자와 퇴진론 분위기는 물 밑으로 잠복될 가능성이 커졌다.
2007년 참의원 선거 압승 이후 오자와 대표에 대한 당내 결속력은 굳건해, 이번 수사는 정부·여당의 모략이란 반응이 우세하다. 오자와 대표는 1980년대 후반 진두 지휘한 여러 선거에서 패배보다는 승리를 많이 해 ‘선거의 달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총리에 가장 어울리는 사람’ 1순위로 꼽힌다.
■ 총선에 악영향 불가피 수사 결과와는 상관없이, 순조롭게 진행되던 민주당의 정권교체 가도에 ‘빨간불’이 켜졌다. 1980년대 후반 자민당 간사장 시절, 선거를 앞두고 기업들을 대상으로 200억엔 이상을 ‘수금’하는 등 오자와 대표의 옛 금권정치 이미지가 이번 수사로 유권자들에게 다시 또렷하게 각인될 수밖에 없다.
당내에서도 “앞으로는 대표가 전면에 나서는 선거전략은 어렵다”며 “근본부터 뒤집힐 수도 있는 사태”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당의 얼굴을 바꾸고 싶어도 바꿀 수 없을 만큼 오자와 대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게 민주당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한편 도쿄지검 특수부는 오자와 대표 쪽이 먼저 비자금 불법 조성 의혹을 받고 있는 니시마쓰건설 쪽에 정치자금을 요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이날 보도했다. 니시마쓰의 구니사와 미키오 전 사장 등은 검찰 조사에서 “오자와 대표 쪽에 헌금을 한 것은 댐 공사 등을 수주하기 위한 것”이라고 진술했다고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앞서 검찰은 3일 오자와 대표의 정치자금 관리조직인 리쿠산카이(육산회)를 압수수색하고, 이 조직의 회계책임자이자 오자와 대표의 ‘공설 제1비서’인 오쿠보 다카노리와 니시마쓰건설의 전 사장인 구니사와 미키오 등 3명을 체포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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