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생노동상 “파견노동 규제 필요성”
일본에서 파견노동자 등 비정규직을 쉽게 고용하고 쉽게 해고하는 이른바 ‘유연한 고용체제’가 여론의 역풍을 맞고 있다. 자동차업체를 중심으로 일본 대기업들이 미국발 금융위기에 이은 세계 동시 경기후퇴를 빌미로 비정규직을 마구잡이 해고해 큰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자, 제조업체에 대한 파견노동 재규제론이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마쓰조에 요이치 후생노동상은 5일 제조업체에 대한 파견노동 규제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요이치 후생노동상은 우선 일용직 파견노동 금지를 담은 정부안(지난해 11월 국회 제출)을 중심으로 심의할 것을 전제로 장래에는 파견노동을 규제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공산·사민·국민신당 등 다른 야3당에 비해 규제에 소극적이었던 민주당도 제조업체를 파견노동 금지대상에 포함시키는 독자법안 마련에 착수했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후생노동성 통계로는 내년 3월까지 비정규직 8만5천명이 해고될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31일부터 5일까지 도쿄 히비야에서 열린 ‘해넘이 파견마을’에는 500명이 넘는 실직자들이 몰려 비정규직 고용 및 주거안정 문제의 심각성이 새해 벽두 일본 사회의 큰 화두로 떠올랐다.
노동자파견법은 1986년 제정 당시만 해도 노동안정이란 시대적 흐름이 워낙 강해 비서, 통역 등 13개 전문직종에 한정됐다. 그러나 1996년, 1999년 두 차례 파견직종 확대를 거쳐 2004년 제조업 분야에까지 ‘해금’됐다. 구조개혁 노선을 내세운 고이즈미 준이치로 정권의 규제완화정책의 일환이었다. 1999년 27.5%였던 비정규직 비율은 2003년 34.6%, 2007년 37.8%로 확대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해 12월18일 공표한 보고서 <일본의 젊은층 고용>을 보면 일본의 고용보호 규제 정도는 한국보다도 더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계와 정부에서는 고용 재규제에 대한 반대 입장이 여전히 강하다. 기업들은 재규제될 경우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 고용을 꺼려, 고용안정에 오히려 부정적 효과를 끼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 안에서도 제조업 파견금지는 실업률 확대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단순히 파견노동을 금지하는 차원을 넘어서 비정규직의 교육훈련 기회를 늘리거나 일자리 나누기, 사회안전망 확충 등 다각적인 고용안정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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