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노 겐이치(61·사진)
아사노 겐이치 교수 “한국 민주주의 20년 후퇴할 것”
“절대 반대입니다. 한국의 민주주의가 20년 전으로 후퇴하게 될 것입니다.”
아사노 겐이치(61·사진) 일본 도시샤대학 교수(미디어학)은 지난달 26일 <한겨레>와의 전화인터뷰에서 한나라당이 일본 공영<엔에이치케이>(NHK)를 모델삼아 공영방송의 예산 심의권을 국회에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하자 곧바로 목소리를 높였다.
1992년 <교도통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특파원 시절 수하트로 정권을 비판했다가 강제 추방된 반골기자 출신인 그는 지난해 1월 도쿄 유텐지에 모셔진 한반도 출신 군인·군속 유골 봉환식을 현장 취재하는 등 환갑이 넘은 나이에도 생생하게 현장을 누비는 저널리스트이다. 일본 언론의 범죄보도 문제점을 다룬 <범죄보도의 범죄>를 내 20만권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특히 <엔에이치케이>의 의제 설정 기능과 보도 내용은 “<미디어포커스> 등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을 만드는 <한국방송>(KBS)에 비해 떨어진다”고 비판하는 등 일본 공영방송의 매서운 비판자로 유명하다.
공영방송에 대한 국회 예산 심의권한을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엔에이치케이> 사례를 보라. 일본 국회 총무위원회에서 예산심의를 받는데 예산을 통과시키기 위해서 <엔에이치케이>는 사력을 다한다. 국회 대책을 전담하는 임원까지 있다. 일본에서는 정권교체가 없기 때문에 국회를 장악하고 있는 여당에 아부하지 않으면 안된다. 지난 2001년 종군위안부 관련 프로그램이나 81년 록히드 뇌물사건 보도 때 자민당의 유력 정치인들의 압력을 받아 내용이 변질됐다. 근본적으로 국회가 예산심의권을 갖고 있는 한 정권 비판이 어렵게 돼 있다. 최근들어 민주당이 정권을 잡을 가능성이 높아지자 그쪽에도 신경을 쓰고 있는 듯하다 .”
‘국민의 돈을 쓰는 만큼 예산심의도 국회에서 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한나라당의 주장에 대해서도 그는 단호하게 반박한다. “여당이 힘으로 방송법을 바꾸려는 것은 독재적 발상이다. 민주주의가 아니라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다. 굉장히 부끄러운 일이다. 위험한 것은 심의권을 국회에 두게 되면 불편한 정보는 방송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건전한 비판이 민주주의의 근간인데 그런 노력을 없애버린다.”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신문-방송 겸영 법안’에 대해서도 그는 미국에서도 연방통신위원회(FCC)의 동시소유 허용안을 올해 상원에서 반대해 사실상 부결시켰다고 지적하며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주요 선진국 중에서 가장 뒤떨어진 방송체제를 가진 나라인 일본을 따라 하려는 것은 한마디로 넌센스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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