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도심 사찰 유텐사에서 열린 한국 출신 유골 봉환식에서 유족 피윤숙씨가 시아버지 이덕일씨의 유골을 향해 큰절을 올린 뒤 오열하고 있다.
일 유텐지 사찰 보관 59위
민간인 유골 봉환은 ‘먼길’
민간인 유골 봉환은 ‘먼길’
참았던 통곡이 터져나왔다. 시아버지 이덕일씨의 유골이 모셔진 연단을 향해 며느리 피윤숙씨는 큰절을 올린 뒤 오열했다. 20일 오후 4시 한반도 출신 유골 59위의 2차 봉환 행사가 열린 도쿄 도심사찰 유텐사. 그때까지 일본식 장례 분위기로 진행되던 봉환 행사장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한국식으로 변했다. 유족 30명 중 일부는 소리죽여 따라 울었고, 눈시울을 닦는 한국 정부 관계자들도 눈에 띄었다.
지난 1월23일 유텐사 유골 101위의 1차 봉환 행사 때 유족 이외엔 행사장 접근을 봉쇄했던 일본 정부는 이번에는 태도를 바꿔 한·일 언론사와 그동안 추모활동을 벌인 일본 내 인사들에게 행사 전체를 공개했다. 일본 정부는 나카소네 히로후미 외상 명의의 추도사에서 “1998년 일-한 공동선언에서 표명한 바와 같이 일본 정부는 일본이 과거 한때 식민지배로 인해 한국 국민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주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 사과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이 기회에 다시 말씀 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매년 8월 일본인들과 함께 20년째 추모행사와 봉환운동을 펼쳐온 고바야시 기헤이 수도대학 직원은 “후생노동성이 유족 이외의 민간인 참가자 수를 15명으로 제한해 추첨을 통해 겨우 참가했다”며 “지켜볼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고바야시와 함께 추모행사를 벌이는 재일동포 김창진씨는 “유골 봉환이 너무 늦었다. 아직 봉환을 기다리는 유골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민간인 유골 봉환작업은 한-일 정상 합의 4년이 지나도록 본격적인 착수조차 안 된 상태다. 외교통상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2005년 이래 일본 전역의 민간 소재 한반도 출신자 유골을 조사해, 올 11월 현재까지 약 2300위에 대한 정보를 파악했다”고 밝혔다.
민간인 유골은 4만위 이상이 사찰 등지에 산재해 있다는 게 학계의 추산이다. 박성규 일제강점하 강제동원피해 진상규명위 사무국장은 “사찰에서 유골 반환에 신중한 자세이고, 한국인 징용자를 고용한 기업체들과 유관 지자체 등의 협조가 미비해 노무자 유골 봉환작업이 지지부진한 것은 사실”이라며 “집단 매장되거나 수장된 유골도 포함해 민간인 유골 봉환 작업에 대한 논의를 연말부터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도쿄/글·사진 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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