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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일본 기업 ‘엔고 비명’ 정부는 ‘한숨’만

등록 2008-10-28 20:49

환율시장 단독개입 한계 뚜렷 ‘진퇴양난’
연일 계속되는 엔고의 여파가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을 부채질하는 가운데 일본 등 각국이 대책마련에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 일본의 재계 모임인 게이단렌의 미타라이 후지오 회장은 27일 기자회견에서 “엔에 자금이 집중돼서 세계시장의 유동성에 지장이 생기는 것은 곤란하다”며 “지금은 일본 단독으로라도 환율에 개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면서도 2004년 이후 중단한 환율시장 개입을 재가동할 낌새를 보이지 않고 있다. 나카가와 쇼이치 금융·재무상은 27일 “엔 시세에 과도한 변동이 보인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중대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겠다”고 언급하는 데 그쳤다. 일본 정부는 1조 달러에 가까운 외환보유고라는 막대한 ‘실탄’을 보유하고 있으나 환율 구도가 과거와 달리 매우 복잡해, 단독 행동으로는 상황을 바꾸기 힘들다고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과거에는 엔고를 돌려놓으려면, 엔을 팔고 달러를 사들여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달러가 엔 이외에 다른 통화에 대해서는 강세를 보이고 있어, 주요 외환시장 참가국들의 공동보조를 어렵게 하는 측면이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분석했다.

일본 정부가 27일 발표된 주요 7개국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의 긴급 공동성명을 뒤에서 ‘공작’한 것도 이런 공동개입의 어려움과 필요성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나카가와 금융·재무상은 이번 성명이 일본정부가 요청한 것이라고 시인했다.

성명은 현재의 엔고 사태에 대해 “경제와 금융의 안정에 대해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외환시장 개입에 대해 “적절히 협력하겠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이런 ‘말폭탄’ 약효는 잠깐이었다. 성명 발표 뒤 도쿄 외환시장에선 1달러=94엔까지 내려갔다가 슬금슬금 도로 올라가 92엔대로 마감했다.

미국은 자동차 제조업체의 경영악화가 심각해 엔고 수정을 위한 시장개입에 신중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경기후퇴 기미가 뚜렷한 유럽에는 유로 약세가 유럽 기업의 수출을 뒷받침하는 효과가 있다. 최근의 유로 급락은 과도한 유로 강세의 거품이 빠지는 과정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신흥국과 중견국들은 자국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오히려 달러를 팔아치우기도 한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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