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저녁 일본 도쿄 신오쿠보 코리아타운 거리에 촘촘히 들어선 한국인 식당들.
한류는 시들…일본 경기침체…엔환율은 급등
음식값·숙박비 ‘천정부지’ 고객 30%이상 줄어
“지역민들과 유대 약해…교류 활성화 나설 것”
음식값·숙박비 ‘천정부지’ 고객 30%이상 줄어
“지역민들과 유대 약해…교류 활성화 나설 것”
지난 19일 저녁 일본 도쿄의 대표적 한인타운 쇼쿠안거리 일대의 한 대형 한국음식점. 일요일 저녁식사 시간이지만 30평 크기의 홀에는 20개 남짓한 탁자 가운데 5개에만 손님이 앉아 있었다. 종업원 지수용(25)씨는 “지난해 절반 수준이나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식당 120곳을 포함해 숙박업소, 피시방 등 한인 업소들이 밀집한 이 일대 상가가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한류거품 붕괴, 일본 경기침체에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100엔에 1300원대까지 급격히 치솟은 ‘엔환율 폭탄’까지 이들을 강타하고 있다. 일부 음식점의 갈비탕과 육개장 가격은 한국돈으로 2만원을 훌쩍 넘어서고 있다.
100엔에 750원 정도까지 환율이 떨어진 지난해의 한국인 관광객 특수는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통해 알려지기 시작해 2004~2005년 한류 붐을 타고 한국의 맛을 맛보려고 일본인들이 길게 줄을 늘어선 풍경도 옛날 이야기가 됐다.
한국식품점 ‘한국광장’과 비즈니스호텔,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근희씨는 “한창때 일본 중년여성을 중심으로 연간 200~300만명의 일본인이 이곳을 방문했는데 지금은 20~30%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엔 환율이 크게 오르면서 신오쿠보의 비즈니스호텔 도쿄 프라자는 한국 관광객들 예약이 30% 가량 줄었고, 우리식당의 한국 단체관광객도 절반 정도 줄었다”고 말했다.
저렴한 가격과 메뉴로 승부하는 음식점들만 ‘불황중 호황’을 누리고 있다. 재료를 마음대로 골라넣을 수 있는 525엔짜리 비빔밥에다 1인분 1280엔짜리 삼겹살 등 값싸고 실속 있는 메뉴를 내놓는 ‘맛짱’은 3년새 3호점을 냈다. 맛짱 1호점 점장 김인규(27)씨는 “매달 22일은 음식값을 반값만 받고, 밤 12시 이후에는 소주값을 반값으로 받는 등 손님끌기에 신경을 쓰고 있다”면서 “세달에 한번씩 한국의 부모님에게 50만엔씩 송금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엔 환율 상승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부 업소에선 높은 가격에 견줘 음식의 질과 내용이 떨어져 전체 한인상가의 이미지를 흐리게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본에서 자유기고가로 일하는 유재순씨는 “이곳 대형 유명 음식점에 일본 손님과 함께 가서 음식을 시켰다가 쉰 나물이 식탁에 올라 창피해서 혼났다”고 말했다.
재일본한인회연합회도 상황의 심각함을 깨닫고 이달 25일 신오쿠보 거리 일대에서 한국음식을 소개하는 대규모 문화축제를 열 계획이었으나, ‘사전에 미리 양해를 얻지 않았다’는 일부 지역 주민들의 반발에 부닥쳐 결국 계획을 취소했다.
한국광장의 김근희 사장은 “오쿠보 거주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한국인들이 이 지역 주민들과 공생한다는 의식이 약했던 게 사실”이라며 “개인적으로 비영리법인 ‘오쿠보 지역 공생을 도모하는 모임’ 등을 연내에 결성해 교류 활성화의 계기로 삼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도쿄/글·사진 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도쿄/글·사진 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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