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북핵 6자회담 참가국 외교장관들이 지난 7월 23일 오후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비공식 6자회담을 열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유명환 외교장관,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 박의춘 북한 외무상, 고무라 마사히코 일본 외상. 싱가포르/연합뉴스
대다수 언론 “외교의 패배” "아소정권 타격” 지적
일본의 아소 다로 정권이 미국의 대북한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의 후폭풍에 휩싸여 있다.
아소 총리는 지난 1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핵문제가) 움직이지 않는 상황인 채로 방치하는 것보다 제대로 하는 것이 좋으니까 (지정해제를) 단행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면서 납치문제로 인한 영향도 “전혀 없다”고 애써 문제없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13일 일본의 대다수 언론은 1~3면에 관련 기사와 사설을 통해 “일본 외교의 패배”(<요미우리신문>), “미-일의 차이 노정”(<마이니치신문>), “아소 정권에 타격”(<니혼게이자이신문>), “핵과 납치, 총리 곤경”(<산케이신문>) 등의 제목으로 아소 정권의 대응을 비판적으로 부각시켰다.
야당도 “일본 외교의 수치이다. 1년에 두 번이나 총리가 교체되니까 미-일동맹을 목숨처럼 여겨도 미국으로부터 찬밥 취급당한다”(하토야마 유키오 민주당 간사장)라며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여당에서도 “동맹국인 일본과 상의했는가”(나카가와 쇼이치 재무·금융상)라며 미국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언론이 가장 문제 삼는 대목은 일본의 입장이 무시됐다는 것이다. <요미우리신문>은 1면 머리기사로 “부시 대통령이 아소 총리와 통화를 한 것은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발표 30분 전인 12일 밤 11시30분께였다”라고 전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해제 문서에 서명하고 3시간 지난 시점이었다. 신문은 “미 정부가 8월 테러지정 해제에 관한 의회 절차를 끝낸 이후 조지 부시 대통령의 해제 발효를 유보하는 사이 일본 정부가 부시 대통령에게 직접 의견을 전달하는 장면은 없었다”면서 후쿠다 전 총리의 돌연 사임과 아소 총리 취임 이후 예상된 의회 해산 등을 그 배경으로 거론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사설에서 “납치문제와 관련해 북한은 조사위원회를 설립해 올 가을까지 조사종료를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아무런 진전이 없는 실정이다”며 “미 정부는 일본의 입장을 배려했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아사히신문>은 사설에서 “해제에 따라 납치문제가 방치될 수 있다는 불안이 있으나, 이것으로 발판을 잃어버렸다고 보는 것은 옳지 않다”며 “국교정상화와 경제협력이라는 강력한 카드가 있기 때문”이라며 냉정한 대응을 주문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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