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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특파원리포트] 일 빈민운동 덮친 ‘금융한파’

등록 2008-10-12 22:13

 도쿄/김도형 특파원
도쿄/김도형 특파원
후원기업 리프라스 파산
세입자 보증운동 휘청
일본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라고 하지만, 노숙자, 날품팔이 노동자, 싱글맘 등 사회적 약자에게는 방 한칸의 보금자리 얻기도 만만치 않다.

집을 구할 때 보증금·사례금 명목으로 내야 하는 월세 2~3개월분의 목돈 마련도 문제이지만, 연대보증인이라는 일본의 독특한 입주계약 제도가 큰 장애물이 되기 때문이다. 사회적 약자는 대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인간관계도 취약한 상태이므로 집세를 밀렸을 때 대납 책임을 떠맡아 줄 수 있는 연대보증인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노숙자들이 일단 길거리에 나앉게 되면 일을 해도 좀처럼 노숙 상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인터넷카페나 디브이디방을 숙소 삼아 전전하는 ‘워킹푸어’들이 늘어나는 현실은 이런 제도의 벽과도 관련이 있다.

비영리법인인 ‘자립생활서포트센터 모야이(품앗이라는 뜻)’는 2001년 설립 이후 줄곧 사회적 약자들의 연대보증인을 자처하고 나서 일본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 준 일본의 대표적 반빈곤운동단체이다. 모야이의 보증을 얻어 지금까지 아파트에 입주한 사람은 약 1350가구에 이른다. 연대보증인운동은 모야이의 사무국장 유아사 마코토(38)가 동료 등과 함께 개인적으로 시작했다. 2006년부터는 비영리법인 모야이로 진화한 이 단체는 연대보증인으로 나섰다. 유아사 사무국장은 지난 4월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자칫하면 연대보증인의 책임에 몰려 신용불량자가 될 수도 있는데 불안감은 없었느냐”는 질문에 “당시는 가진 게 없어 불안감은 없었다. 우리 연대보증을 받은 입주자 10% 정도는 집세 연체 등 문제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5%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대다수 입주자들이 꼬박꼬박 집세를 내 방 한칸만 있으면 정상 생활이 가능한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연대보증인운동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런 반빈곤운동의 빛나는 성과를 자랑하는 연대보증인운동이 자칫 중단될 위기에 놓여 있다. 모야이의 재정적 후원단체가 파산했기 때문이다.

지난 2006년 4월부터 모야이의 활동에 공감해 입주자 한 사람당 6개월분의 집세 연대 보증과 인건비, 사무실 운영비 등 연간 1320만엔을 지원해주던 후원단체인 건설회사 ‘리프라스’가 서브프라임 사태의 여파에 휩쓸려 영업 부진으로 지난달 24일 법원에 파산신청을 했다. 후원단체의 재정지원은 모야이의 연간 예산의 40%를 차지하는 막대한 액수이다. 남은 수입은 일반인과 기업의 기부, 회비, 연대보증인 신청자의 보증료(1인 연간 8천엔) 뿐이다. 모야이는 일단 각계각층에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반빈곤연대활동의 의지는 꺾이지 않고 오히려 더욱 왕성해지고 있다.

유아사 사무국장도 <한겨레> 기자에게 이메일을 보내 “주거와 생존권의 확보는 사람들이 인간으로서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기반”이라며 “그 기초적 기반이 붕괴하고 있는 오늘의 일본사회 존재방식에 대해 계속해서 목소리를 낼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모야이 등 전국 시민사회 단체들로 구성된 반빈곤네트워크는 19일 ‘반빈곤퇴치대집회’를 개최해, 빈곤층 확산과 사회안전망 부실화에 관심을 촉구할 예정이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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