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노 요헤이 일본 중의원 의장(71·자민당)
야스쿠니 대체시설 제안 등 아시아 선린관계 강조
일본의 전쟁범죄를 직시하고 아시아 이웃국가와의 선린관계를 강조하는 고노 요헤이 일본 중의원 의장(71·사진·자민당)의 행보가 주목을 끌고 있다.
고노 의장은 일본의 종전기념일인 지난 15일 전국전몰자추도식 치사에서 “(일본군의) 비인도적 행위로 인권을 침해당하고 심신에 깊은 상처를 입고 지금도 괴로워하고 있는 분들에게 다시금 마음으로부터 위로의 마음을 드린다”며 일본군의 범죄행위를 통렬히 질타했다.
특히 고노 의장은 야스쿠니 신사 문제에 언급해 “특정 종교에 의하지 않고 모든 사람이 마음을 하나로 해서 추도할 수 있는 시설의 설치에 대해 정부가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문제로 한국, 중국 등 이웃국가와 마찰을 빚던 2006년 당시 추도사에서도 전쟁의 책임을 애매하게 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한 다음달 2일 선진 8개국 하원의장 회의를 피폭지역인 히로시마에서 개최하기로 앞장서 성사시킨 것으로 알려렸다. 미국 대통령이 한번도 피폭지역을 방문한 적이 없는 상황에서 대통령 계승 서열 3위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담판을 통해 참석 의사를 얻어냈다고 한다.
그러나 일본의 일부 우파세력들은 고노 의장의 이런 열린 역사관에 대해 앙앙불락의 태도를 감추지 않고 있다.
<산케이신문>은 지난 24일 ‘전몰자에 대한 예의를 모르는 고노 의장’이란 기사에서 “고노씨는 유족의 마음을 거스르면서까지 일본의 가해를 격하게 말하지 않으면 안됐는가”라며 시비를 걸었다. 신문은 또 지난해 3월 각국 대사 초청 모임에서 고노 의장이 “같은 사쿠라라고 해도 색깔과 피는 모양이 모두 다르다. 이것이 고노담화이다”라면서 종군위안부의 강제연행 사실을 부인한 아베 신조 당시 총리를 비판했다고 지적하면서 “고노씨는 외국 대사들 앞에서 일본 중추부의 의견 대립을 큰 소리로 떠들었다”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고노 의장이 15년 전인 1993년 관방장관 시절 종군위안부 연행에 일본이 관여됐다고 인정한 ‘고노 담화’까지 싸잡아 비판한 것이다.
이에 대해 <아사히신문>은 29일 사설을 통해 고노 의장을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신문은 “고노 의장이 전쟁에 대한 반성에 입각해 추도의 존재 방식이나 이웃나라와 우호관계가 갖는 중요성을 설파한 것은 추도의 장에서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의장이라고 하면 의회의 공정한 진행이라는 역할만 주목하기 십상이지만 비판을 두려워하지 않고 솔직히 신념을 얘기하는 의장의 모습이 있는 것도 좋다”고 강조했다.
도쿄/글 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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