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일본

“일본이 전쟁 피해자” 참배 줄이어

등록 2008-08-15 19:13수정 2008-08-15 19:21

일본의 63번째 종전기념일인 15일 2차대전 당시 일본군 복장을 한 일본인들이 도쿄 야스쿠니 신사에서 행진하고 있다.  도쿄/AP 연합
일본의 63번째 종전기념일인 15일 2차대전 당시 일본군 복장을 한 일본인들이 도쿄 야스쿠니 신사에서 행진하고 있다. 도쿄/AP 연합
63번째 종전기념일 맞은 ‘야스쿠니신사’ 가보니
난징학살 왜곡영화 방영·한인 분사 거부 여전
우익 단체들 ‘외국인 참정권 반대운동’도 펼쳐

한국의 광복절이자 일본의 63번째 종전기념일인 15일 야스쿠니신사 안팎은 섭씨 35도를 오르내리는 도쿄의 불볕더위만큼이나 일본 국가주의와 우익의 열기로 뜨거웠다.

일본 도쿄의 지하철 ‘구단시타역’에서 야스쿠니신사 입구까지 100m의 도로는 10여개 우익단체들에 의해 아침 일찍부터 ‘점령’당했다. 이들 단체 회원 100여명은 ‘외국인 참정권 반대’ ‘외국이민수용 반대’ ‘재일(한국인·조선인) 특권 철폐’ ‘(일본의 전쟁책임을 인정한) 고노담화 철폐’ 등을 담은 전단지를 나눠주며 서명을 권유했다.

신사 앞마당에서 펼쳐진 ‘제22회 전몰자추도중앙국민집회’의 공동주최자인 최대 우익단체 ‘일본회의’와 ‘영령에 보답하는 모임’은 후쿠다 야스오 총리의 참배 불참을 규탄하는 성명을 낭독했다. 옆에는 총리의 참배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이 펼쳐지기도 했다. 이들에 화답하듯 고이즈미 준이치로, 아베 신조 전 총리는 이날 일찌감치 참배를 마쳤으며, 노다 세이코 소비자담당상 등 후쿠다 내각의 각료 세명도 참배했다.

옛 일본군의 군복을 입은 참배객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대동아전쟁기념보존회 회장 구리바야시 하쿠가쿠(82) 등 단체 회원 10여명은 옛 일본 육·해군 복장으로 행진에 나서, 주위에 있던 참배객과 외국인들이 앞다투어 사진을 찍기도 했다.

메이지 시대 육군 복장으로 15년 전부터 매년 이날 참배한다는 구리바야시 회장은 “군복을 입은 모습이 전우를 만나는 가장 어울리는 모습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한국인들이 징용에 끌려와 사이판에서 비행장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많이 죽은 것을 봤다”면서 “한국인들이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대해 좋지 않게 생각하는 것은 이해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14살 때 자원해서 참전했다는 그는 태평양전쟁이 “아시아가 일본에 의해 해방된 전쟁”이라고 말했다.

이런 대동아전쟁론은 야스쿠니신사에 합사된 에이급 전범인 2차대전 당시 총리이자 육군대장인 도조 히데키의 전쟁론이다. ‘침략전쟁이 아니라 해방전쟁이며 일본은 전쟁의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라는 야스쿠니 사관은 신사 안 전쟁박물관인 ‘유슈칸’에서 최근 상영되는 영화에서 잘 드러난다. 8월 한달동안 상영중인 <난징의 진실>은 도쿄대공습과 히로시마·나카사키의 원폭 투하로 숨진 일본인들의 끔찍한 사진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된다. 곧이어 “원폭투하로 30만명 이상이 대학살됐다. 그날부터 30만명 이상이 죽었다는 (난징대학살의) 거짓이 준비됐다” 라는 자막이 뜬다.

야스쿠니신사의 왜곡은 한반도 출신 전사자의 분사 문제에서 극명히 드러난다. 한국인 비·시(B·C) 전범자유족회 강도원 회장과 일본 안 모임인 ‘동진회’의 이학래 회장이 지난해 12월 한반도 출신 비·시급 전범 15명이 야스쿠니신사에 합사된 것을 확인하고, 지난 9일 야스쿠니신사를 방문해 합사에서 빼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야스쿠니신사 관계자는 “당시 야스쿠니신사에 모셔지는 것을 알고 전쟁에 나간 것이기 때문에 합사는 유족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당연한 것”이라며 분사를 거부했다. 강도원 회장은 “침략전쟁의 희생자를 일본의 군신으로 모시는 것은 민족적 인격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분개했다. 일제강제하 강제동원피해자진상규명위의 조사를 보면 합사된 한반도 출신 2만1천여명 가운데 61명이 전후 생존한 채 귀환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중 13명은 현재도 살아있다.

이날 야스쿠니신사 바로 옆 일본부도칸에서 열린 ‘전국전몰자추도식’에 참석한 후쿠다 총리는 “우리나라는 많은 나라, 특히 아시아 이웃나라 사람들에게 다대한 피해와 고통을 주었다”면서 “우리는 지난 시절 전쟁의 교훈이 잊혀지지 않도록 과거 사실을 미래에 바르게 전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침략전쟁 ‘긍정사관’에 경계심을 표시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90만명 사상 추정…우크라전 1000일, 아직도 끝이 안 보인다 1.

90만명 사상 추정…우크라전 1000일, 아직도 끝이 안 보인다

보이스피싱범 진 빼는 ‘할매 AI’…횡설수설, 가짜 정보로 농락 2.

보이스피싱범 진 빼는 ‘할매 AI’…횡설수설, 가짜 정보로 농락

생후 18개월 아기 가슴에 박힌 총알…두개골 떨어지기도 3.

생후 18개월 아기 가슴에 박힌 총알…두개골 떨어지기도

스웨덴 캔디, 얼마나 맛있으면 ‘샐러드’로…영접하기 힘든 그 맛은 4.

스웨덴 캔디, 얼마나 맛있으면 ‘샐러드’로…영접하기 힘든 그 맛은

한국 남성 불룩한 배에 ‘독거미’ 320마리…페루 공항서 체포 5.

한국 남성 불룩한 배에 ‘독거미’ 320마리…페루 공항서 체포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