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고야/김도형 특파원
특파원리포트
일본 최대 군수업체 미쓰비시중공업은 지난 11일 도쿄 주재 한국 특파원들을 나고야에 초청해 이례적으로 도비시마 공장의 H-2A 로켓 기체 제조라인을 공개했다. 2009년도 한국 고흥우주센터에서 발사될 위성의 발사업체 선정작업을 앞두고 자신들의 로켓 제작 및 발사 능력을 선전하기 위한 것이다. 미쓰비시는 지난해 9월14일 달 탐사 위성을 탑재한 H-2A의 발사를 계기로 위성발사 사업에 뛰어들었다. 발사사업을 안정적으로 계속하려면 연간 최저 3기 이상 발사위성을 확보해야 한다. 국내 물량은 연간 1~3기로 불안정해 국외로부터 연간 최저 1~2개의 물량을 확보해야 한다고 미쓰비시는 설명했다.
미쓰비시는 지난해 12월 경쟁업체인 러시아보다 훨씬 싼 가격을 한국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우주항공분야 관계자는 “러시아 가격의 절반 수준인 16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본 쪽은 기술이전은 안 된다는 입장이나, 워낙 싼 조건을 제시해 사업자 선정이 일본 쪽으로 기울어진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명박 정부는 미쓰비시중공업을 사업자로 선정할 경우 한-일 새 시대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 러시아는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조건에 비해 로켓 기술 이전에도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쓰비시가 한-일 우주협력 시대의 동반자로 참여하는 것은 간단해 보이지 않는다. 당장 14일 문부과학성이 독도 영유권 주장을 새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예정대로 명기하느냐 여부가 관건이다. 회사 관계자는 “일본 정부가 영유권 주장을 명기하면 수주전은 끝장이라고 판단해 여러 채널을 통해 총리실에 명기하지 말도록 간곡히 요청했다”고 언급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미쓰비시중공업의 ‘청산되지 않은 과거’다. 일제는 1944년도부터 12~15살의 어린 한반도 소녀들을 속여 일본에 끌고 와 전국 각지의 군수공장에서 ‘조선인여자근로정신대’라는 이름으로 강제노역을 시켰다. 그중 300여명이 나고야의 미쓰비시중공업 항공제작소에서 일했다. 이들은 보상을 받기는커녕 ‘정신대’라는 이름 때문에 종군위안부로 오해받아, 혼담이 깨지거나 결혼해도 가족들에게 알리지도 못한 채 고통의 나날을 보냈다. 피해 할머니 7명은 98년 일본 정부와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과 2심 모두 패소해 최고재판소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11일 저녁 도쿄로 돌아가는 길에 이 재판 지원모임의 공동대표 다카하시 마코토와 소송 변호사 우오즈미 쇼조를 만났다. 80년대 중반부터 20년 이상 조선인 여자근로정신대의 실상을 일본에 알려온 다카하시는 “미쓰비시중공업 쪽은 당시 관계자가 없기 때문에 알 수 없다”, “지금 회사와 과거 회사는 다르다” 등 발뺌으로 일관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후 일본의 맥아더 사령부가 지시한 근로정신대의 미지급 임금 공탁금도 52년 샌프란시시코 강화조약 이전까지는 내놓지 않은 것으로, 3주 전 법무성 자료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 정부는 자신이 잘못한 과거를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사죄하고 보상하지 않고서는 한-일간 진정한 미래를 열 수 없다”고 강조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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