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의원서…일본 정치사상 최초 문책총리 ‘망신’
총선 연기 불가피…여당 ‘내각신임결의’로 맞불
총선 연기 불가피…여당 ‘내각신임결의’로 맞불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가 전후 일본정치에서 처음 문책결의를 당한 총리라는 불명예를 기록하게 됐다.
참의원을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 사민당, 국민신당 등 야당은 11일 참의원 본회의를 열어 후쿠다 총리에 대한 문책결의안을 제출해 찬성 131, 반대 105로 가결했다.
야당은 논란을 빚는 후기고령자 의료제도(75살 이상 의료비가 많이 드는 고령자의 의료보험료를 연금에서 원천공제)폐지안을 제출한 데 대해 자민·공명당 등 여당이 반대했다는 이유로 문책결의안을 제출했다.
현행 헌법 아래 총리 문책결의안은 여러번 제출됐으나 중의원이나 참의원을 통과해 가결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각료 중에서는 1998년 누카가와 후쿠지로 당시 방위청 장관에 대한 문책결의안이 가결돼, 누카가와 장관은 1개월 뒤 사임했다. 문책결의안은 법적구속력이 없으나, 20% 전후의 낮은 지지율에 허덕이는 후쿠다 정부의 정국 운영에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총선 분위기 조성을 위해 이 결의안을 제출했다.
후쿠다 총리는 문책결의 수용은 물론, 당분간 국회해산 및 총선거를 실시할 뜻도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후쿠다 총리는 문책총리의 신분으로 오는 7월 홋카이도 도야코 선진 8개국정상회담(G8)을 주재하게 됐다. 후쿠다 총리가 애초 도야코 선진 8개국 정상회담을 화려하게 성공시킨 뒤 총선에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으나 현재로서는 총선이 늦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야당은 앞으로 참의원에서 후쿠다 총리 답변을 인정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에 대해 여당은 12일 중의원에서 내각신임결의안 가결로 맞대응할 방침이다.
자민당 각 파벌 영수들은 현재와 같은 낮은 내각지지율로는 민주당에게 정권을 넘겨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어떡하든 지지율을 회복시키는 게 급선무라는 게 대체적인 판단이다. 특히 최대파벌인 마치무리파의 실질적인 영수인 모리 요시로 전 총리는 최근 파벌모임에서 후쿠다 총리를 중심으로 난국을 돌파하자고 강조해, 총재선거를 겨냥해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아소 다로 전 간사장의 움직임을 견제했다.
그러나 국민 70% 이상이 반대하는 후기고령자 의료제도의 골격 유지를 고집하는 후쿠다 총리에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이 쏠리고 있어 ‘자민당의 버티기’가 얼마나 계속될지 미지수라는 관측도 강하다. 최근 실시된 오키나와현 의회선거에서 후기고령자 의료제도가 최대 쟁점으로 부상해 여당이 참패하고 야당이 의회를 장악했다.
하토야마 유키오 민주당 간사장은 이날 “조속히 정권교체하라는 절실한 목소리에 보답해야 한다”면서 공세를 강화했다. 이에 대해 마치무라 노부타카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들은 담담하게 일을 처리해나갈 생각이다. 중의원이 총리를 결정한다는 헌법의 규정이 있고, 중의원 우월성이 확실하다”라고 공세를 일축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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