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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20대 일본 ‘묻지마 살인’ 범행전 ‘비정규직 절망’ 글

등록 2008-06-10 19:38

인터넷에 “주소부정 무직 되는 건…” 등 3000건
‘친구도 사귈 수 없는 못난이에다 인권도 없음/애인도 없음.’

8일 7명의 무고한 목숨을 앗아간 아카하바라 묻지마 살인 용의자 가토 도모히로(25)가 무선 인터넷 사이트에 개설한 게시판의 제목이다. 사상 최악의 ‘도리마’(길거리 악마) 사건을 저지른 그의 게시판은 실직에 대한 극도의 불안감 등 일본 비정규직 젊은이의 절망적인 내면을 잘 보여준다. 자신을 ‘휴대전화 의존’이라고 칭한 그는 20일 동안 3천건의 글을 올렸다.

범행 사흘 전인 5일 오전 6시17분에 올린 글에선 “작업장에 갔더니 작업복이 없다. 그만두라는 건가. 알았다”고 분노를 표시했다. 시즈오카현의 자동차 공장에서 시급 1300엔(월 20만엔)의 파견사원으로 일하던 그는 이날 일찍 출근했다가 자신의 작업복이 보이지 않자 “그만두라는 말이냐”며 큰 소리로 항의한 뒤 퇴근했다. 그는 정리해고 대상자가 아니었으나 지난 3일 동료와 함께 상사에게 불려가 “이달 말까지 쉬지 말고 나와달라”는 얘기를 들었다. 7월부터는 나오지 말라는 뜻이라는 것이다. 이후 그의 불안감은 급속히 증폭됐다. “아, 주소부정의 무직이 되는 것은 점점 절망적이다.”(6일 오전 1시44분) 1시간 뒤에는 “하고 싶은 것 살인, 희망 와이드쇼 독점”이라고 적었다.

비정규직에 대한 불만과 두려움은 계속됐다. “그래도 사람이 부족하니까 오라고 전화가 온다/내가 필요하기 때문이 아니라, 사람이 모자라니까/누가 갈까.”(6일 오전 2시55분) “어딘가 다른 공장에 간들 반년도 못가서 또 이렇게 될 것은 뻔하다.”(6일 오전 3시)

이런 불만과 불안, 미래가 없다는 고립감과 자조는 결국 묻지마 살인으로 이어졌다. “어차피 나같은 것 중년이 돼도 비좁고 낡은 아파트에서 혼자 살겠지” “기다리고 있는 사람 따위는 없다. 내가 죽는 것을 기다리는 사람은 많지만” “못생긴 나는 존재 자체가 폐가 될 뿐” “승자는 모두 죽어버려.”

도쿄/김도형 특파원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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