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진보초 서점가의 대형서점 산세이도의 특별코너에 진열된 소설 <게공선>과 관련 서적.
특파원 리포트
29년작 ‘게공선’ 노동투쟁
20~30대 저소득층 공감
올 판매부수 20만 돌파 79년전에 발표된 프롤레타리아 문학작품이 일본에서 폭발적인 인기이다. 일본공산당원이었던 고바야시 다키지(1903~1933)가 일본 경찰에 고문으로 사망하기 4년 전인 1929년 발표한 소설 <게공선>(蟹工船)이 화제의 작품이다. 캄차카 연해에서 게를 잡아 통조림으로 가공하는 ‘게공선’의 가혹한 노동조건에 분노를 느낀 노동자들이 맞서 투쟁하는 과정을 그린 소설은 올해 판매부수 20만권을 돌파했다.지난 31일 <마이니치신문>은 “예년의 47배 속도로 팔리며, 고전작품으로서는 이례적인 대히트를 기록하고 있다”고 전했다.다키지기념도서관쪽은 “이것은 고바야시 다키지 학살에 필적하는 문학적 사건”이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게공선’의 재발견은 <마이니치신문>이 올 1월9일 게재한 작가 아마미야 가린(33)과 다카하시 겐이치로(57)대담이 계기이다. 두 작가는 대담에서 일본의 워킹푸어(일하는 빈곤층)와 프리터(아르바이트로 생활하는 저임금의 비정규 젊은이)의 현실은 <게공선>의 세계와도 통한다고 언급했다. 기사를 본 도쿄 제이알 우에노역 구내의 서점 여직원(28)이 소설을 다시 읽고 “절실하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느꼈다고 한다.자신이 지난해까지 3년간 프리터 생활을 했기에 소설의 내용이 더 절실하게 와닿았다.그는 올 2월 “이 현상(워킹푸어)이 혹시 <게공선> 아닌가요”라는 선전문구와 함께 150권을 쌓아놓았더니 일주일에 한 권밖에 팔리지 않았던 책이 매주 40권 이상 팔리기 시작했다고 전했다.다른 서점들도 하나둘씩 특별코너를 만들어 진열하고 <아사히신문> <요미우리신문> 등 신문들이 <게공선>의 재발견을 크게 다루며 인기에 불을 붙였다. 지난해 말에 나온 <게공선> 만화도 한 몫했다. 독자들은 대부분 30대 이하 젊은이들이다. 이들은 1천만명을 넘어선 연수입 200만엔 이하의 워킹푸어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일본 사회를 지배하는 ‘자기책임론’에 짓눌려, 할말을 제대로 못하는 세대이기도 하다.
올초 작가 사망 75주년 기념 <게공선> 감상문 공모에 대상을 차지한 야마구치 사나에(25)는 “소설의 주인공들이 공동의 적에 맞아 함께 싸우는 모습에 부럽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는 2005년 졸업 1년 만에 겨우 정사원 자리를 얻어 바쁠 땐 15시간씩 시간외 수당도 없이 일했지만 전표를 조작하라는 상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가 즉시 해고당했다고 한다.
프리터 생활 경험이 있는 작가 사사키 조(57)는 “내가 <게공선>을 처음 읽은 40년 전에는 이미 노동 3법이 제대로 작동하는 등 <게공선>은 먼 시대 이야기였다”며 “그러나 파견사원 등 워킹푸어의 노동조건은 지금이 40년 전보다 훨씬 고바야시 다키지 시대에 근접하고 있는 것같다”고 진단했다. 도쿄/글·사진 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20~30대 저소득층 공감
올 판매부수 20만 돌파 79년전에 발표된 프롤레타리아 문학작품이 일본에서 폭발적인 인기이다. 일본공산당원이었던 고바야시 다키지(1903~1933)가 일본 경찰에 고문으로 사망하기 4년 전인 1929년 발표한 소설 <게공선>(蟹工船)이 화제의 작품이다. 캄차카 연해에서 게를 잡아 통조림으로 가공하는 ‘게공선’의 가혹한 노동조건에 분노를 느낀 노동자들이 맞서 투쟁하는 과정을 그린 소설은 올해 판매부수 20만권을 돌파했다.지난 31일 <마이니치신문>은 “예년의 47배 속도로 팔리며, 고전작품으로서는 이례적인 대히트를 기록하고 있다”고 전했다.다키지기념도서관쪽은 “이것은 고바야시 다키지 학살에 필적하는 문학적 사건”이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게공선’의 재발견은 <마이니치신문>이 올 1월9일 게재한 작가 아마미야 가린(33)과 다카하시 겐이치로(57)대담이 계기이다. 두 작가는 대담에서 일본의 워킹푸어(일하는 빈곤층)와 프리터(아르바이트로 생활하는 저임금의 비정규 젊은이)의 현실은 <게공선>의 세계와도 통한다고 언급했다. 기사를 본 도쿄 제이알 우에노역 구내의 서점 여직원(28)이 소설을 다시 읽고 “절실하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느꼈다고 한다.자신이 지난해까지 3년간 프리터 생활을 했기에 소설의 내용이 더 절실하게 와닿았다.그는 올 2월 “이 현상(워킹푸어)이 혹시 <게공선> 아닌가요”라는 선전문구와 함께 150권을 쌓아놓았더니 일주일에 한 권밖에 팔리지 않았던 책이 매주 40권 이상 팔리기 시작했다고 전했다.다른 서점들도 하나둘씩 특별코너를 만들어 진열하고 <아사히신문> <요미우리신문> 등 신문들이 <게공선>의 재발견을 크게 다루며 인기에 불을 붙였다. 지난해 말에 나온 <게공선> 만화도 한 몫했다. 독자들은 대부분 30대 이하 젊은이들이다. 이들은 1천만명을 넘어선 연수입 200만엔 이하의 워킹푸어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일본 사회를 지배하는 ‘자기책임론’에 짓눌려, 할말을 제대로 못하는 세대이기도 하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프리터 생활 경험이 있는 작가 사사키 조(57)는 “내가 <게공선>을 처음 읽은 40년 전에는 이미 노동 3법이 제대로 작동하는 등 <게공선>은 먼 시대 이야기였다”며 “그러나 파견사원 등 워킹푸어의 노동조건은 지금이 40년 전보다 훨씬 고바야시 다키지 시대에 근접하고 있는 것같다”고 진단했다. 도쿄/글·사진 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