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 등 비판 한목소리…우파지 ‘산케이’도 동조
“자유롭게 말 할 수 없고, 자유로운 표현활동을 할 수 없는 사회가 얼마나 숨막히고 불건전한지 불과 60여년 전까지 싫을 정도로 경험했다.”
중국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야스쿠니 YASUKUNI>의 잇딴 상영 취소사태에 대해 <아사히신문>이 2일치 사설에서 전시중의 일본을 떠올리며 강한 우려를 표시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을 제외한 나머지 4개 종합지들도 이날 일제히 사설과 칼럼을 통해 이번 사태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협으로 규정하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강경 우파의 입장을 대변하는 <산케이신문>마저 이 영화에 정부 보조금이 지급된 점을 비판하며 “영화를 보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을텐데 상영중지로 그 기회를 잃게 됐다”고 지적했다. 성향이 다른 일본 신문들이 이례적으로 한 목소리를 낸 것은 이번 사태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사건이라고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신문들은 지난 1월 도쿄 프린스호텔이 전교조의 집회 장소를 거부한 사건과 이번 사태의 유사성을 지적하며 우익들의 압력과 위협에 ‘알아서 기는’ 일본사회의 ‘자숙’ 분위기를 일제히 우려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사설에서 “우익의 가두선전과 위압행동에, (호텔 쪽이) 고객이나 주민, 수험생에게 폐를 끼친다는 이유로 장소사용을 중단시켰다”며 “우리들은 당시 이에 대해 앞으로 ‘전례로서 무겁게 짓누를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는데 <야스쿠니>의 상영 중단으로 ‘우려’가 현실이 됐다”고 지적했다.
우익의 테러로 영화 상영이 중단된 사태는 이전에도 여러 번 있었다. 1998년 요코하마의 영화관에서 난징대학살을 다룬 영화 <난징 1937>의 상영 첫날 스크린이 칼로 찢기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 이후 공공시설 등에서 영화를 거부하는 사태가 잇따랐다. 이에 앞서 1993년 영화감독 이타미 쥬조의 영화 <큰환자>가 상영 중 우익단체 회원에 의해 스크린이 찢겼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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