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익단체 압력으로 영화관들 상영 취소 잇달아
중국 영화감독 리잉의 중-일 합작 다큐멘터리 영화 <야스쿠니 YASUKUNI>(사진)의 일본 개봉이 일본 우익들의 압력과 영화관들의 눈치보기로 어려워지고 있다.
도쿄의 영화관 3곳과 오사카 영화관 1곳은 31일 이 영화의 상영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상영 포기 영화관은 5개로 늘어났다. 영화를 상영할 예정이던 나머지 4곳도 곧 취소 결정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관들은 “손님에게 폐를 끼칠 수 있어 자체적으로 상영 취소를 결정했다”는 등의 이유를 내세웠다. 하지만 일부 우익단체가 가두선전차량 등을 동원해 공개적으로 압력을 가한 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일본영화감독협회(이사장 최양일)는 31일 성명을 내어 “전면적으로 상영이 중지된 데 대해 걱정과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원로 언론인 다하라 소이치로(74)는 “이 영화가 상영될 수 없는 것은 일본의 수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화 평론가 야마네 사다오는 “이 영화가 반일적이라든가, 이데올로기적인 메시지를 준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일반 관객이 영화를 보고 작품 내용을 판단할 기회를 빼앗은 것은 좋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 영화에 ‘반일본 영화’라는 딱지를 붙이고 사전 시사회를 요구했던 이나다 도모미 의원(자민)은 “우리가 따진 것은 영화에 공적자금(750만엔)을 지원한 것이 적정했느냐는 점”이라며 “이런 식의 상영중지를 요구한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1989년 이후 일본에 체류해온 리잉 감독은 10년에 걸쳐 야스쿠니를 둘러싼 논란을 취재해 영화화했다. 영화는 군대용 칼인 ‘야스쿠니도’를 만들어온 칼 공예 장인이 갖고 있는, 전쟁과 신사에 대한 복잡한 생각을 축으로 전개된다. 영화에는 야스쿠니 신사를 비판하는 내용보다 찬성파의 주장이 더 많이 포함됐다는 시각도 있다. 일부 우익들 사이에서 “이 영화는 애일영화”라는 긍정 평가도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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