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반체제 지식인 네그리 입국 사실상 거부
“정치범이었음 입증해라” 요구
도쿄대 등 강연 계획 불발
도쿄대 등 강연 계획 불발
일본 정부가 최근 이탈리아의 반체제 좌파 지식인인 안토니오 네그리의 방일을 사실상 불허해 논란이 일고 있다. 강상중 도쿄대 교수(정치사상)를 비롯한 대학교수 등 19명은 24일 기자회견을 열어 “네그리는 20일 입국해 4월4일까지 일본에 체류하면서 도쿄·교토대 등에서 강연할 예정이었다”며 “애초 입국사증(비자)이 필요없다고 했던 일본 정부가 돌연 사증 신청을 요구하며 입국 거부를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초청기관인 국제문화회관쪽은 네그리가 머물고 있는 프랑스에 있는 일본대사관에 문의해 “사증없이 입국이 가능하다”는 얘기를 듣고 그의 방일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네그리 부부는 입국 사흘 전 갑자기 일본 외무성으로부터 사증 신청을 요구받았다. 이들이 사증을 신청하자, 외무성은 정치범으로 투옥됐음을 입증하는 서류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정치범을 제외하고 1년 이상 징역·금고형을 받은 사람은 입국거부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입국관리법 조항을 빌미로 든 것이다. 네그리는 2만5천쪽에 이르는 재판기록을 낼 수 없었고, 결국 방일이 좌초됐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제국>의 공동저자인 그는 이탈리아 극좌파 ‘붉은 여단’의 알도 모로 총리 암살에 관여한 혐의로 1979년 기소돼 이 혐의에는 무죄판결을 받았으나, 다른 혐의에 대해 유죄가 선고돼 복역했다. 오구라 도시마루 도야마대학 교수(현대자본주의론)는 <도쿄신문> 인터뷰에서 “정치범이라는 것을 입증하라는 요구는 애초부터 무리”라며 “선진국은 정치범이 없다고 주장한다”고 말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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