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증시가 폭락한 16일 한 도쿄 시민이 시내의 주가 전광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도쿄/AP 연합
주가 곤두박질 “거품 붕괴뒤 최악”…금융사는 손실 늘었지만 “견딜 만”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의 회오리가 일본 열도에도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일본 금융시장은 연일 큰 폭의 주가하락과 급속한 엔화 강세로 휘청거리는 상황이다.
도쿄 증시 닛케이평균주가는 15일 1만4천엔 대가 붕괴돼 2년2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데 이어, 16일에는 1만3500선까지 밀렸다. 시장 관계자들 사이에선 “최근 주식하락세는 1990년대 거품붕괴 이후 최악의 수준”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5일 기준으로, 최우량 기업인 도요타의 주가는 최고가를 기록한 지난 7월9일 이후 8.3%나 떨어졌다. 이에 따라 도요타의 시가총액은 1년7개월 만에 20조엔 이하로 줄어들었다.
16일 도쿄 외환시장에선 엔화 가치가 급등세를 보였다. 엔화 가치는 장중 한때 달러당 105엔까지 치솟아, 2년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급격한 엔화 강세로 자동차와 전자 등 수출 관련 주식의 하락폭이 두드러졌다.
그러나 일본 금융기관들은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의 직격탄을 맞은 미 금융기관들과 달리 관련 상품 보유액이 그렇게 많지 않아 손실이 제한적이고, 지속적 수익증가로 기초체력을 다져두었기 때문이다.
일본 3대 금융회사의 하나인 미쓰비시유에프제이파이낸셜은 지난해 12월말 기준으로, 서브프라임 관련 손실액이 500억~600억엔에 이를 전망이라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미쓰비시유에프제이는 2007년 9월 중간결산에서 평가손이 230억엔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3개월 사이에 손실액이 2배 이상으로 늘어난 셈이다. 관련 상품이 2600억엔 규모여서 사태가 악화되면 손실은 더 커질 수도 있다. 미즈호파이내셜그룹도 2007회계연도에 1천억 이상의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전했다. 그럼에도 이 은행은 씨티그룹 증자에 참여하는 등 미국 금융권 진출을 꾀하고 있다.
후쿠이 도시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15일 전국지점장회의에서 “서브프라임 사태가 우리 금융회사들에 끼치는 영향이 애초 예상보다 확대되고 있다”면서도 “손실은 기간수익과 경영체력의 범위 안에서 흡수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그는 “일본은 통상적으로 완만한 성장을 이뤄왔으나, 최근 주택투자 저조의 타격을 받아 성장 둔화세가 두드러지고 있다”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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