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전단과 형평 어긋나” 지적
일본에서 정당의 선전물을 아파트 우편함에 넣은 사람을 주거침입죄로 처벌하는 판결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도쿄 고등재판소는 11일 2004년 12월 도쿄도 가쓰시카구의 한 아파트 우편물함에 일본 공산당의 ‘구의회 보고서’ ‘구의회 편지’를 넣은 승려 아라카와 요세이에게 5만엔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주민이 전단지 등을 넣지 말라는 안내문을 붙여놓았던 점을 중시해 “피고는 선전물 배포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점에 미뤄 엘리베이터나 복도는 물론 현관 안으로 발을 들여놓는 것도 주거침입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표현의 자유 문제에 대해서도 “무제한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고 타인의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런 항소심 판결은 표현의 자유에 무게를 둬 무죄를 선고했던 1심 판결을 뒤엎은 것이어서 더욱 비판을 받고 있다. 아이쿄 고지 나고야대 교수(헌법)는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에서 “광고지 등을 우편함에 넣는 것이 그대로 방치되는 게 현실인 상황에서 정당 선전물만을 배제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유통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일본에서는 도쿄도 자위대 관사에 반전 선전물이 배포된 사건을 계기로 정부를 비판하는 시민단체와 정당의 주장을 담은 선전물 배포를 강력하게 단속해왔다. 주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체포된 아라카와는 임의동행 형식으로 경찰서에 연행된 뒤, 23일 동안 장기 구금되고 집이 압수수색당하는 등 이례적으로 강도높은 조사를 받았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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