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나리타국제공항의 입국 심사관리 직원이 20일 입국한 외국인에게 디지털 지문판독기 사용법을 설명하고 있다. 도쿄/AP 연합
외국인 ‘지문날인·사진촬영’ 첫날
일본에 입국하는 16살 이상 외국인들에게 지문날인과 얼굴사진 촬영을 의무화한 일본의 새 입국심사제도가 23개 공항과 5개 항구에서 20일 일제히 시행됐다.
입국장에서는 “안전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조처”라고 체념하는 소리도 들렸으나, 미국 제도를 본떠 세계 두번째로 실시하는 일본의 강제조처에 “인권침해 소지가 크다”는 항의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일부 입국 심사대에서는 지문인식·화상촬영 기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입국심사대를 빠져나오는 데 1시간30분이나 걸리는 경우도 있어, 평소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이날 도쿄 법무성 앞에서는 재일한국인 등이 포함된 시민단체 회원 60여명이 “외국인은 테러리스트가 아니다”라고 적힌 펼침막을 걸고 항의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판독기 오작동에 공항 ‘북새통’ 평소 2배 지체
“정보 유출·남용 위험성 커” 시민단체 반대성명 ■ 북새통의 나리타? = 이날 낮 12시15분께 대한항공 5001편으로 나리타공항 입국장을 먼저 빠져나온 두현태(53·사업)씨는 지문날인과 사진 촬영에 “솔직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두씨를 마중나온 관광가이드 오기석(43)씨는 “외국인을 범죄예비자로 취급해 지문날인하고 사진촬영하는 것은 인권침해”라면서 “일본의 이미지가 더 나빠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989년 일본에 온 영주권자인 그는 특히 “일반 영주권자도 일본에 들어올 때마다 지문날인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다”면서 “이런 제도는 한·일 우호관계에도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고 말했다. 캐나다에서 온 루시 캐시(60)는 “치안을 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지문을 찍히는 것은 인권침해라고 느낀다”고 말했다. 시행 첫날 입국시각 지체도 눈에 띄었다. 이전에는 한국 항공기가 나리타 공항에 도착한 뒤 30~40분이면 입국장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으나, 이날은 40분~1시간으로 늦어졌다. 지문의 판독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해 입력조작을 몇 번이나 다시 하는 경우도 있었다. 싱가포르에서 도착한 오스트레일리아인 폴 눈텐(43)은 기계의 상태가 나빠서 다른 곳으로 옮겨 1시간30분 만에 겨우 입국수속을 끝냈다. 이기상(37·㈜임포마크 이사)씨는 “새 제도 시행으로 입국절차가 복잡해졌는데, 입국 심사 인력은 늘지 않아 평소 때보다 시간이 1.5배나 더 걸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궁극적으로 입국심사대 통과 시간을 20분으로 앞당긴다는 계획이다. ■ 매년 600~700만명 생체정보 축적= 일본 정부는 입국심사대에서 취득한 외국인의 생체정보를 국제지명수배자(1만4천여건), 일본 강제퇴거자(약 80만명)의 지문 등 자체 블랙리스트(요주의 인물) 자료와 대조해 입국거부 대상자를 가려낸다. 블랙리스트에 지문이 남아 있는 강제퇴거자 등이 새 입국심사를 통과할 수 있는 확률은 0.001%에 불과하다고 법무성 관계자는 밝혔다. 일본 정부는 또 범죄수사에 외국인 생체정보를 활용할 계획임을 분명히 했다. 일본 정부는 예년의 입국자수를 기준으로 매년 600만~700만명 분의 정보가 축적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에 본부를 둔 시민단체 ‘프라이버시 인터내셔널’ 등 67개 전세계 시민단체들은 19일 공동성명을 발표해 “일본의 새 입국심사제도는 공개적인 논의나 정책적인 검토가 거의 이뤄지지 않은 채 고도의 정치적 판단으로 승인된 제도”라고 지적했다. 지난 2004년 1월부터 지문날인·얼굴 사진 촬영을 의무화한 미국에서도 개인정보의 누출 위험성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 의회 회계검사원은 올해 7월 “정보의 보호체계가 불충분해서 유출이나 남용될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지난 3년간 2천여명의 입국거부자 중 테러리스트는 한 명도 없어 테러리스트 방지효과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미 법무성 감찰관은 지난 9월 보고서에서 입국심사의 ‘감시리스트’에 대해 “검사한 것 중 38%에 부정확하거나 불완전하고 모순된 정보가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나리타/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정보 유출·남용 위험성 커” 시민단체 반대성명 ■ 북새통의 나리타? = 이날 낮 12시15분께 대한항공 5001편으로 나리타공항 입국장을 먼저 빠져나온 두현태(53·사업)씨는 지문날인과 사진 촬영에 “솔직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두씨를 마중나온 관광가이드 오기석(43)씨는 “외국인을 범죄예비자로 취급해 지문날인하고 사진촬영하는 것은 인권침해”라면서 “일본의 이미지가 더 나빠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989년 일본에 온 영주권자인 그는 특히 “일반 영주권자도 일본에 들어올 때마다 지문날인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다”면서 “이런 제도는 한·일 우호관계에도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고 말했다. 캐나다에서 온 루시 캐시(60)는 “치안을 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지문을 찍히는 것은 인권침해라고 느낀다”고 말했다. 시행 첫날 입국시각 지체도 눈에 띄었다. 이전에는 한국 항공기가 나리타 공항에 도착한 뒤 30~40분이면 입국장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으나, 이날은 40분~1시간으로 늦어졌다. 지문의 판독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해 입력조작을 몇 번이나 다시 하는 경우도 있었다. 싱가포르에서 도착한 오스트레일리아인 폴 눈텐(43)은 기계의 상태가 나빠서 다른 곳으로 옮겨 1시간30분 만에 겨우 입국수속을 끝냈다. 이기상(37·㈜임포마크 이사)씨는 “새 제도 시행으로 입국절차가 복잡해졌는데, 입국 심사 인력은 늘지 않아 평소 때보다 시간이 1.5배나 더 걸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궁극적으로 입국심사대 통과 시간을 20분으로 앞당긴다는 계획이다. ■ 매년 600~700만명 생체정보 축적= 일본 정부는 입국심사대에서 취득한 외국인의 생체정보를 국제지명수배자(1만4천여건), 일본 강제퇴거자(약 80만명)의 지문 등 자체 블랙리스트(요주의 인물) 자료와 대조해 입국거부 대상자를 가려낸다. 블랙리스트에 지문이 남아 있는 강제퇴거자 등이 새 입국심사를 통과할 수 있는 확률은 0.001%에 불과하다고 법무성 관계자는 밝혔다. 일본 정부는 또 범죄수사에 외국인 생체정보를 활용할 계획임을 분명히 했다. 일본 정부는 예년의 입국자수를 기준으로 매년 600만~700만명 분의 정보가 축적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에 본부를 둔 시민단체 ‘프라이버시 인터내셔널’ 등 67개 전세계 시민단체들은 19일 공동성명을 발표해 “일본의 새 입국심사제도는 공개적인 논의나 정책적인 검토가 거의 이뤄지지 않은 채 고도의 정치적 판단으로 승인된 제도”라고 지적했다. 지난 2004년 1월부터 지문날인·얼굴 사진 촬영을 의무화한 미국에서도 개인정보의 누출 위험성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 의회 회계검사원은 올해 7월 “정보의 보호체계가 불충분해서 유출이나 남용될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지난 3년간 2천여명의 입국거부자 중 테러리스트는 한 명도 없어 테러리스트 방지효과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미 법무성 감찰관은 지난 9월 보고서에서 입국심사의 ‘감시리스트’에 대해 “검사한 것 중 38%에 부정확하거나 불완전하고 모순된 정보가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나리타/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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