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은 20일부터 일본에 입국하는 16살 이상 외국인에 대해 지문날인과 얼굴 사진 촬영을 의무화하는 일본의 입국심사제도가 인권침해 소지가 크다며 개정운동을 펼치기로 했다.

서원철 민단 국제국장은 18일 “일본의 새 입국심사제도는 제일동포들이 수십년에 걸쳐 운동을 펼쳐 2000년 철폐한 지문날인제도를 부활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밝혔다. 정진 단장은 19일 기자회견에서 개정운동을 펼치겠다는 민단의 입장을 밝힌다. 서 국장은 “미국에서도 그린카드 소지자(영주권자)에게는 지문날인 등을 면제한다”면서 “세계에서 유일하게 미국의 제도를 본뜬 일본이 더 심하게 외국인을 차별한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특별영주권자(일제식민통치에 따라 일본에 건너온 조선인과 그 후손)와 외교관 등 일부만을 새 제도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2006년도 재일 외국인통계를 보면 한국·조선인 총수 59만6219명 중 특별영주권자는 43만8974명(73%)이다. 지문날인 대상자는 일반 영주권자 4만7679명 등 15만9245명(27%)이다.

도쿄 외교소식통은 “일본에서 불법체류하다 추방당한 외국인들이 위조여권이나 법원 소송을 통한 개명, 성형수술 등 수법으로 일본의 입국심사대를 통과하는 경우가 있었다”면서 “앞으로 불법체류로 추방된 사람은 지문이 대조되기 때문에 재입국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오미 아이코 법무성 입국관리국 홍보담당자도 <한겨레>와 통화에서 “테러 방지가 본래 목적이나 불법체류 방지 목적도 있다”고 말했다. 2006년 현재 일본 내 불법체류 외국인(17만명) 중 한국인이 가장 많은 3만7천명이다. 특히 법무성 관계자는 지난 10월 생체정보 이용계획을 묻는 민단 관계자에게 “개인정보에 관한 법률에 따라 경찰의 요구가 있을 때 보관하고 있는 외국인의 생체정보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의 생체정보 보관기간도 미국보다 5년 더 긴 80년으로 늘려 잡았다.

입국 심사장에서 혼란도 지적된다. 한국의 대형 여행사 관계자는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안 돼 여행업계에서도 새 입국제도를 모르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국내여행사들은 “큰 혼란은 없을 것”이라며 안이하게 대처하는 실정이다. 오미 법무성 홍보담당자는 “소요 시각은 20초 정도면 충분할 것”이라면서도 “시행 초기에는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변호사연합회(일변련)는 지난달 11일 “개인식별정보 제공의 의무화는 사생활권 또는 자기정보 관리권 제약에 해당하기 때문에 최소화 해야 한다”며 새 제도 수정을 촉구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