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명예훼손 배상판결
중일전쟁 당시 일본군의 난징대학살 사건을 날조라고 주장했던 일본 역사학자가 자국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도쿄지방재판소는 지난 2일 히가시나카노 슈도(59) 일본 아세아대학 교수와 출판사 ‘덴텐사’를 상대로 난징대학살 피해자인 샤수친(78)이 제기한 소송에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며 400만엔을 지불하라는 원고승소판결을 내렸다.
하가시나카노 교수는 1998년 출판한 저서 <‘난징학살’의 철저검증>에서 이 사건을 기록한 미국인 목사의 자료에서 피해자로 알려진 ‘8살의 소녀’에 대해 “샤수친과는 다른 인물”이라고 주장하며 사건 자체가 날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재판부는 “피고의 원자료 해석은 타당한 것이라고 말하기 어렵고, 학문연구의 성과라고 할 만한 값어치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판결했다.
샤수친은 난징대학살 사건을 상징하는 인물로, 그가 8살 때인 37년 12월13일 일본군이 그의 집에 난입해, 부모와 외할머니, 누나 등 가족 7명을 총검 등으로 무참히 살해했다. 젖먹이 어린아이와 다른 가족 4명도 모두 살해됐다. 어머니와 누나는 강간당한 뒤 살해됐다. 9명의 가족 중 살아남은 것은 그와 동생 등 두 명뿐이었다. 그도 총검에 찔렸으나 구사일생 살아났다.
그는 승소판결 뒤 “(내달 난징대학살 70주년을 맞아) 기념할 만한 해가 됐다”면서 “가족과 숨진 동포들에게 조의가 될 것”이라고 기뻐했다고 <도쿄신문>이 전했다. 히가시나카노 교수는 “매우 뜻밖이다”며 “항소하겠다”고 말했다.
일본난징학회 회장이기도 한 히가시나카노 교수는 난징학살자수에 집착하는 대부분 우파학자들과 달리 학살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98년에는 학살은 없었다고 논지를 폈다가 2001년 포로학살은 국제법상 인정되고 있다고 합법론을 주장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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