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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오키나와 11만명 ‘역사 왜곡’ 규탄

등록 2007-09-30 19:20수정 2007-10-01 17:00

오키나와 주민들이 29일 기노완시의 가이힌공원에 모여 정부의 역사왜곡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기노완/AP 교도 연합
오키나와 주민들이 29일 기노완시의 가이힌공원에 모여 정부의 역사왜곡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기노완/AP 교도 연합
문부성, ‘전쟁때 집단자결에 군 간여’ 교과서서 삭제 추진
주민들 “일본군 명령 명백”…철회 요구 결의안 제출키로

일본 정부의 역사왜곡에 오키나와 주민들의 분노가 용암처럼 폭발했다.

29일 오키나와 기노완시에서 열린 역사왜곡 규탄 현민 궐기대회에는 무려 11만여명이 참석해 2만5천평의 대회장을 가득 메웠다고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1972년 오키나와가 일본에 반환된 이후 최대 규모의 집회다. 지난 1995년 미 해병대원의 일본인 소녀 성폭행 사건에 대한 항의집회 당시의 8만5천여명보다 많다. 현 의회와 사친회 연합회 등이 주최한 이날 궐기대회에는 나카이마 히로카즈 지사와 간 나오토 민주당 대표대행 등 당파를 초월해 유력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태평양전쟁 말기 미군의 상륙작전 과정에서 발생한 오키나와 주민 집단자결 사건에 대한 교과서 기술을 바꾸려는 문부과학성의 움직임이 발단이 됐다. 문부성은 지난 3월 내년부터 사용할 고교 교과서의 ‘집단자결’관련 기술에서, “오키나와 전투의 실태를 오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 일본군에 의한 명령ㆍ강제 등의 표현을 삭제 또는 수정하도록 교과서 회사들에 요구했다. 오키나와 주민 집단자결은 1945년 3월 미군이 오키나와 상륙작전을 개시하자 주민들이 동굴 등의 은신처에 숨어 일본군으로부터 미리 건네받은 수류탄을 터뜨려 자결하거나 가족들끼리 서로 목 졸라 살해한 처참한 사건을 말한다.

이날 궐기대회에서 주최 쪽은 “집단자결이 일본군의 관여 없이는 있을 수 없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로, 삭제·수정은 수많은 체험자의 증언을 부정하고 왜곡하는 것”이라며 “현 주민의 총의를 모아 국가에 대해 검정 의견의 철회와 기술의 복원을 요구한다”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주최 쪽은 내달초 결의문을 정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오키나와현에서는 문부성의 교과서 검정이후 현 의회를 비롯해 41개 시ㆍ군ㆍ읍 의회가 검정 의견의 철회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잇따라 채택했다. 올해 80살의 미야히라 하루코는 1945년 3월25일 당시 마을 이장이었던 형이 아버지에게 “(적의) 상륙은 틀림없기 때문에 군으로부터 옥쇄하라는 명령이 내려왔습니다. 깨끗하게 옥쇄합니다. 죽읍시다”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밝혔다.

대회에 참석한 간 민주당 대표대행은 “검정의 수정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 역사 왜곡을 문제삼는 결의안을 참의원에 제출하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밝혀 정치문제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요지부동의 자세를 보이던 문부성은 직원들을 대회장에 보내 동정을 살피는 등 긴장한 표정이다. 한 문부성 직원은 “많은 사람이 집회에 나온 것을 무겁게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11만명 이상의 오키나와 주민들이 모여 중앙 정부의 교과서 수정지침을 규탄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차 대전 말, 군이 주민의 집단 자살을 강요했다는 기술을 교과서에서 수정하라고 해 주민들의 큰 반발을 사고 있다.(AP)
11만명 이상의 오키나와 주민들이 모여 중앙 정부의 교과서 수정지침을 규탄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차 대전 말, 군이 주민의 집단 자살을 강요했다는 기술을 교과서에서 수정하라고 해 주민들의 큰 반발을 사고 있다.(AP)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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