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다 정권 출범의 성격과 의미
후쿠다 정권 출범의 성격과 의미
‘침략전쟁·식민지 사죄’ 계승…‘큰 변화 어려워’ 지적도
후쿠다 야스오 신임총리와 후쿠다 다케오(아버지)의 비교
후쿠다는 에이급 전범이 합사돼 있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아베 정권이 야심적으로 추진한 집단적 자위권(미국 등 우방국이 공격받는 경우 자국의 공격으로 간주해 방어에 나서는 개념) 행사에도 위헌소지가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이다. 또한 일본의 과거 주변국에 대한 침략전쟁과 식민지 지배를 사죄한 1995년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총리의 담화를 계승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오스트레일리아와 인도와 결속을 다져 중국을 견제하려는 아베의 가치관 외교노선과는 분명히 차이가 난다. 후쿠다는 정치스타일 면에서 고이즈미-아베와 사뭇 다르다. 고이즈미와 아베는 각각 구조개혁과 전후체제로부터 탈각이라는 정치적 슬로건과 이념을 전면에 내세우며 ‘극장형’의 여론몰이 정치행태를 보였다. 반면 후쿠다는 대화의 정치를 내세운다. 북한과 대화는 물론 총리의 특권인 중의원 해산도 민주당과 대화를 통해 집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마이니치신문>은 24일 “많은 국민이 바라는 것은 정치 지도자 한 사람의 국가관과 개인적인 신념이 아니라 내일 생활의 안심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종원 릿쿄대 교수(국제정치학)는 “6년 간에 걸친 고이즈미의 신자유주의 개혁과 아베의 네오콘(신보수주의) 정치에 대해 일본 국민이 일종의 피로감을 느낀 것같다”면서 “후쿠다의 온건 현실주의적 보수주의가 지지를 얻은 것도 이 때문인 것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후쿠다 정권이 놓인 당내 역학 관계를 미뤄볼 때 큰 변화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만만찮다. 무엇보다 아소가 절대 불리한 조건 속에 출마한 자민당총재 선거에서 전체표의 40% 가까운 197표를 획득하는 선전을 했기 때문이다. 후쿠다의 정책에 반기를 품은 우파 의원 상당수가 파벌의 결정을 뒤집고 아소 지지로 돌아섰다는 분석이다. 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한국정치)는 <한겨레>와 전화통화에서 “후쿠다와 아베 정권을 뒷받침하는 당내 세력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후쿠다의 운신 폭은 크지 않다”며 “후쿠다가 아베 정권의 구원투수로 등장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나친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말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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