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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특파원리포트] ‘도련님 정치인’의 동시몰락

등록 2007-09-16 22:20

도쿄/김도형 특파원
도쿄/김도형 특파원
‘무너진 짝꿍’ 아베·아소 공통점
총리가문 출신…자기중심적 사고
우경화 바람탄 ‘시대 산물 ’ 분석
지난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아소 다로 자민당 간사장이 나란히 정치적 위기에 봉착했다. 7·29 참의원 선거 참패 뒤에도 물러나지 않고 계속 버티던 아베는 지난 12일 돌연 사임 의사를 발표해 스스로 무너져 내렸다. ‘포스트 아베’의 유력 후보였던 아소도 차기 총리로부터 한참 멀어졌다. 참의원 선거 이후 이들의 행적은 서로 정치적 수명 단축을 재촉한 측면이 있다.

아베가 사임 시기를 놓치고 최악의 총리라는 소리를 듣는 데는 아소의 책임이 적지 않다. 선거 당일 참패가 불을 보듯 뻔한데도 아소는 아베를 찾아가 “총리직을 그만두지 말고 계속하라”고 권고했다. 정치적 동지인 아소의 진언에 용기를 얻은 아베는 그날 모리 요시로 전 총리 등 자민당 실력자들의 퇴진 권고를 거부했다. 아베는 8·27 당정 개편에서 아소에게 당내 2인자인 간사장 자리를 주며 사실상 자신의 후계자로 임명했다. 그러나 아소의 아베 유임 공작은 독이 됐다. 당내 최대 파벌인 마치무라파의 명예회장인 모리의 분노를 사, 결국 이번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마치무라파의 지지를 얻지 못하게 된 것이다.

아베 또한 사임 소동의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아소의 발목을 잡았다. 사임 발표 이틀 전 아소에게만 사의를 전달하고 차기 총재 선거에 대비할 시간적 여유를 주려고 했다. 이는 거꾸로 반아소 진영이 ‘아소 포위망’을 구축하는 데 절호의 공격 재료가 되고 말았다.

아베와 아소의 정치적 추락을 보면 ‘도련님 정치인’의 한계가 여실히 엿보인다. 아소는 환갑이 넘은 나이인데도 집안에서 ‘아소 도련님’으로 불린다. 둘 다 총리를 외조부로 둔 명문가 출신이다. 이들의 정치적 미숙함은 자기중심적 사고와 행동에서 비롯된다는 평이다. 온실 속에서 자라서인지 서민에 대한 관심과 배려, 끈질긴 생명력, 냉정한 판단력 등 정치인의 덕목이 부족하다. 모리 전 총리는 14일 아소에 대해 “그도 마지막 순간에 마무리가 약해 절호의 기회를 잃어버렸다”고 평했다.

아베가 이념과 관념적 슬로건에 집착해 중의원의 압도적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법안 강행처리를 일삼은 것은 자기중심적 행동의 전형이다. ‘생활이 우선’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정치 9단의 오자와 이치로 민주당 대표에게 완패한 것은 당연한 결과다.

아소는 일본의 보통 정치인과 달리 거침없는 언행으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대중적 인기가 높지만 반대로 실언이나 망언이 잦다. 말이 앞서다 보니 일본 전통의 ‘네마와시’(사전 조정)가 약하고 다른 사람에게 아쉬운 소리를 못한다. 간사장이 된 뒤 정무관까지 자기 사람을 심어 각 파벌의 반발을 산 것도 한 예다. 그는 고향집 저택에 클레이 사격장까지 갖추고 있으며, 지난해 긴자의 회원제 클럽과 요정의 술값·식대로 234만엔을 지출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도련님 정치’의 부침은 ‘시대의 산물’이기도 하다. 강경 우파인 아베와 아소는 일본 사회의 급격한 우경화 바람을 타고 급속히 권력의 전면에 등장했다. 납치 문제를 전면에 내세운 아베는 첫 당선 이후 13년(5선) 만에 권력의 정점에 섰다. 1979년 처음 당선된 뒤 첫 입각까지 17년 동안 주변에서 맴돌던 아소는 모리·고이즈미·아베 등 우파 내각에서 외상·총무상·간사장 등 출세가도를 달렸다. 아베와 아소는 강경한 대북관과 일본군 위안부 강제연행 부인 등 공통점이 많다.

그런 이들이 며칠새 한꺼번에 몰락한 것을 보면 한 시대가 저물어가는 것 아니냐는 생각마저 든다. 아시아를 중시하는 대북 온건파라는 후쿠다의 급부상은 과연 일본의 새로운 시대를 열 것인가?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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