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다 야스오 전 일본 관방장관.
자민당 총재 선거 ‘승세’ 굳혀…아시아 중시 정책 펴와
12일 사퇴 뜻을 밝힌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후임으로 후쿠다 야스오(71) 전 관방장관이 확실시되고 있다. 아시아 중시 자세를 보여 온 후쿠다 전 장관이 총리가 되면 한-일, 중-일 관계는 물론, 북핵 문제에서도 긍정적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차기 총리가 될 집권 자민당의 후임 총재를 뽑는 선거(23일)를 일주일 남짓 앞둔 14일, 후쿠다 전 장관이 승세를 굳혔다고 일본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민영방송 <티비에스>는 이날 “저녁 현재 (아소 다로 간사장이 이끌고 있는) 아소파(16명)를 제외한 나머지 8개 파벌이 모두 후쿠다 지지에 가담해 의원표의 80%를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후쿠다 전 장관이 전체 528표(의원 387, 지방 141) 가운데 “의원표만으로 과반수(265)를 확보할 전망이어서 새 총재 취임을 사실상 굳혔다”고 전했다.
13일 자민당 최대 파벌인 마치무라파(소속 의원 79명)와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가 후쿠다 지지를 선언한 데 이어, 14일에는 2대 파벌인 쓰시마파(64명)의 누카가 후쿠시로 재무상이 후쿠다 전 장관과 회담한 뒤 출마를 포기해 ‘후쿠다 대세’를 확정지었다. 자민당과 공명당 등 연립여당이 총리를 선출하는 중의원의 3분의 2 의석 이상을 확보하고 있어, 자민당 총재로 당선되면 차기 총리로 선출되게 된다.
후쿠다 전 장관은 이날 오전 소속 파벌인 마치무라파 총회에 출석해 “이렇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이럴 때일수록 정치를 앞으로 진전시켜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며 출마 뜻을 밝혔다. 차기 총리로 유력하게 거론됐던 아소 간사장은 이날 출마를 선언했으나, 아베 정권 붕괴의 연대책임론에 시달리고 있다. 그는 방송에 잇따라 출연해 “파벌 영수가 총재를 선출하는 옛 파벌 선거로 돌아가는 일만은 피하고 싶다”며 파벌들의 ‘아소 포위망’ 구축에 불만을 나타냈다.
후쿠다 전 장관은 고이즈미 전 총리 등과 달리 한국·중국과의 대립을 피하려 애써 왔다. 그는 관방장관 재임 시절 고이즈미 당시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비판적 견해를 보였으며, 야스쿠니를 대체할 국립추도시설 건립에 앞장섰다. 또 대북 제재를 주도한 아베 총리와 대조적으로 북-일 대화의 필요성도 강조해 왔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후쿠다 전 장관에 대해 “아베 총리와 달리 대외 관계 경험이 많고, 동아시아 지역이나 한반도 문제에 대한 이해가 깊은 사람”이라며, 후쿠다 정권이 들어서면 한-일, 중-일 관계, 북핵 6자 회담, 북-일 수교 협상 등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박중언 기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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