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펙정상회의 뒤 회견 “야당 설득에 자리 걸겠다”
야당 연장불가 강경…‘정치생명 단축’ 도박 될수도
야당 연장불가 강경…‘정치생명 단축’ 도박 될수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오는 임시국회에서 테러대책특별조처법(테러특별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며 퇴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일본 언론들이 9일 보도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아펙) 정상회의 참석차 오스트레일리아를 방문한 아베 총리는 이날 기자단에 테러특별법에 의거해 인도양에서 미 군함 등을 상대로 실시중인 해상자위대의 급유지원을 계속할 수 없으면 “직책에 전념할 수 없게 된다”며 내각 총사퇴를 포함해 스스로 책임을 지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아베 총리는 “아펙 회의에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도 테러와의 싸움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국회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지만 국제 공약이 된 이상 나에게 큰 책임이 있다”며 “급유활동을 계속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 민주당 등 야당의 이해를 얻기 위해 (총리)직을 걸고 임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7월 말 참의원 선거 참패 뒤 퇴진 압력에 시달리는 등 정치적 곤경에 처한 아베 총리가 법안 통과 등을 이유로 퇴진을 언급하고 나서기는 처음으로, 직책을 걸고 법안 통과를 위해 주력하겠다는 강한 결의를 내비친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의 테러분자 소탕을 위해 인도양에서 활동 중인 미군과 영국군 등 다국적군 함정에 대한 급유지원의 근거법인 테러특별법은 오는 11월1일 기한 만료를 앞두고 있다.
아베 총리의 테러특별법 연장에 대한 강한 결의는 자칫하면 자신의 정치생명을 단축하는 위험한 약속일 수도 있다. 무엇보다 아베 총리는 장담과는 달리 7·29 참의원선거 결과 참의원을 장악한 민주당 등 야당이 특별법 연장 반대를 분명히 하고 있는 상황을 바꿀 만한 ‘뾰족한 수’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각 언론사의 여론조사에서도 국민 여론은 절반 이상이 연장을 반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아베 총리는 공약 실천을 위해 테러특별법 대신에 새로운 법을 만드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일본 언론들이 이날 보도했다. 아베 총리는 새 법안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어떤 식으로 만들지 정부·여당 내에서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현행법 연장을 강력히 반대해온 민주당의 주장도 반영하게 될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신법 제정을 통한 해법 모색이 곧바로 공약 실천으로 이어질지는 지극히 불투명하다. 테러특별법 반대 전선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오자와 이치로 민주당 대표는 연장 법안이든 신법 제정이든 급유지원 활동의 계속은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을 천명하고 있다. 민주당은 10일 시작되는 임시국회에서 테러특별법과 각료들의 돈 문제를 쟁점으로 아베 정권을 흔들어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거를 통해 정권을 획득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를 의식한 듯 중의원 해산과 총선거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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