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도 다케히코
전임들 자살·경질 이어 엔도도 보조금 부당 수령
‘인사능력’ 의문 제기…야당 문책결의안 ‘으름장’
‘인사능력’ 의문 제기…야당 문책결의안 ‘으름장’
일본 아베 신조 총리의 2기 내각이 출범하자마자 또다시 돈문제에 휩싸인 농림수산상의 중도하차로 좌초 위기에 몰렸다.
엔도 다케히코(사진) 신임 농림수산상이 이사장으로 있는 ‘오키타마농업공제조합’(야마가타현 소재)이 1999년 폭풍우 등 재해 피해 농가를 늘리는 수법으로 정부보조금 115만엔(약 930만원)을 부당하게 타낸 것으로 밝혀졌다. 엔도 농림상은 야당의 사임 압력에 몰린 끝에 3일 오전 아베 총리에게 사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에 따라 정치자금 문제로 사임압력을 받다 지난 5일 자살로 생을 마친 마쓰오카 도시카스 전 농림상, 후임으로 사무실 운영비 중복계상 문제로 사임한 아카기 노리히코 전 농림상에 이어 세 번째로 농림상이 ‘정치와 돈’의 문제에 연루돼 중도하차하게 됐다. 또 1년 사이에 정치적 추문에 연루돼 사퇴하거나 자살한 각료는 5명으로 늘었다. 요사노 가오루 관방장관과 아소 다로 자민당 간사장 등은 2일 긴급회동을 갖고 사태의 조기 해결을 위해 엔도 농림상의 사표 제출을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정권의 신속한 대응은 불똥이 총리한테 튀어 가까스로 재출범한 정권의 기반을 뒤흔드는 사태로 발전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등 야당들은 엔도 농림상을 해임하지 않으면 10일 열리는 임시국회에 문책결의안을 내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엔도 농수상은 2004년과 올 5월 두차례에 걸쳐 회계감사원으로부터 부당하게 수령한 돈을 반환하라는 독촉을 받았는데도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요미우리신문>과 <마이니치신문> 등 주요 언론들은 2일치 1면 머릿기사 등으로 이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7·29 참의원 선거 압승 이후 중의원 해산을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데 골몰해온 민주당으로서는 아베 정권을 궁지에 몰아넣을 수 있는 호재를 잡은 셈이다. 무엇보다 7·29 참의원선거의 자민당 참패 요인 가운데 하나로 지적된 농림상의 잇따른 정치적 추문이 또다시 발생해 아베 총리의 인사나 위기관리 능력에 의문이 제기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아베 총리는 선거 직후부터 지난달 27일 당·정개편 때까지 한달여 동안 뒤탈을 막기 위해 각료와 당 간부 후보자들에 대해 다각도의 검증작업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2기 내각이 출범한 지 일주일도 못돼 엔도 농수상을 비롯한 각료·외무 정무관·관방부장관 등 4명이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받고 있다. 당정개편 이후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10% 가량 회복됐으나 돈문제를 둘러싸고 같은 문제가 세번째 반복됨으로써 지지율 급락이 예상된다. 하토야마 유키오 민주당 간사장은 아베 총리에 대해 “임명 책임이 매우 크다. 무엇보다 ‘신체검사’를 엄하게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서 (부정 수령을) 놓쳤다는 것은 믿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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