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형 특파원
교양학부 교수 47명은 석사학위도 없어
간판보다 논문수준 등 내실 중시 때문
간판보다 논문수준 등 내실 중시 때문
“일본 도쿄대의 문학부·교양학부 교수의 절반 이상이 박사가 아니다”
일본 도쿄대 비상근 강사인 고야노 아쓰시(44) 박사(비교문학)는 지난 17일 도쿄대 문학부(철학·문학·역사학 등 인문학부) 교수들의 박사학위 소지 여부를 조사한 결과를 자신의 블로그에 올려놓았다고 잡지 <주간 신조> 최근호가 보도했다. 이 조사를 보면, 교수 113명 가운데 박사학위 소지자는 51명에 그쳤다. 일본 최고 명문인 도쿄대의 문학부 교수 가운데 55%가 박사학위를 갖고 있지 않다는 얘기다. 이런 수치에선 연일 유명인의 학력 위조 사태가 터져나오는 한국 사회와는 사뭇 다른 일본의 지적 풍토가 잘 드러난다.
22일 고야노의 블로그에 실린, 도쿄 고마바 캠퍼스 소속 교양학부 교수들 대상 조사 결과도 비슷하다. 전체 143명 가운데 박사학위 소지자는 69명으로, 역시 절반에 못미쳤다. 특히 그 가운데 47명은 석사학위도 없다. 서울대 인문학부 교수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가 없어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으나, 박사학위 소지자가 도쿄대보다 훨씬 많을 것만은 자명하다.
세계적 명문대로 꼽히는 도쿄대 교수들 가운데 박사학위 소지자가 적은 까닭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한국에서 당연시되는 박사학위라는 간판보다는 논문실적 등 내실을 임용 과정에서 중시하기 때문이다. 도쿄대를 비롯해 일본 대다수 대학에서는 논문의 독창성과 수준을 교수 채용의 척도로 삼는다.
교수들 사이에도 우리와 달리 간판에 집착하지 않는 분위기가 상당히 정착돼 있다. 인문사회계열 학과는 더욱 그렇다. 박사학위가 없는 교수가 제자의 박사학위 논문을 심사하는 일도 심심찮게 벌어지는 게 일본 대학사회의 풍경이다.
게이오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마친 이영채(37)씨는 올해 초 정식 박사학위가 없는 상태에서 도쿄 게이센여학원 정치학과 전임강사에 임용됐다. 이씨는 “박사학위는 없지만 소논문 3편 심사에서 인정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학 교원 임용 때 각 학교 인사위원회에서 논문의 신빙성과 학위 수여 사실 등을 철저하게 검증하고, 공문서 위조에 대해서는 엄하게 처벌하기 때문에 일본에서 학력 위조는 상상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논문뿐 아니라 개인의 전문적 경험도 존중받기 때문에 비정부기구 활동가가 교수로 임용되는 길도 열려 있다고 그는 전했다. 그는 또 “요즘 들어 일본에서도 박사학위를 빨리 따려는 추세가 생기고 있지만, 교수들 사이에선 여전히 박사학위는 50대가 돼 연구성과가 축적된 다음 따는 것이라는 분위기가 뿌리깊다”며 “외국 박사가 교원 임용에서 불리할 때도 있을 만큼 국내 박사 비중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 박사학위를 가진 도쿄대 교양학부 교수 69명 가운데 외국 대학 학위 소지자는 27명뿐이다. 국내 대학 박사의 교수임용률이 외국 대학 박사의 3분의 1 수준인 한국과는 상당히 다르다. 특히 미국 박사가 태반인 한국과 달리 도쿄대 교수들 중에선 미국 박사가 소수파다.
학력 위조로 큰 물의를 일으킨 당사자들의 태도와 사회적 분위기에서도 두 나라 사이엔 큰 차이가 있다. 신정아·김옥랑·윤석화씨 등은 문제가 불거진 뒤 도망치듯 외국으로 몸을 피하거나 몰래 귀국한 뒤 접촉을 끊었다. 일단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식인 이들의 태도에서 진지한 반성을 읽기는 힘들다. 반면, 일본에선 잔인할 정도로 집요하게 당사자에게 ‘설명 책임’을 묻는다. 한국의 학력 위조 사태와는 좀 다르지만, 올해 일본에서는 빵·햄·초콜릿 등 식품의 유통기한 변조 사건이 잇따라 큰 사회적 논란이 됐다. 후지야와 이시야 등 유명한 제빵·제과회사 대표들이 몇차례나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머리를 조아렸다. 그래도 여론이 가라앉지 않자 대표가 사퇴하는 것은 물론 판매대에서 문제가 된 종류의 식품들을 모두 수거했다. 그 결과 이들 기업은 현재 거의 도산 상태에 빠져 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학력 위조로 큰 물의를 일으킨 당사자들의 태도와 사회적 분위기에서도 두 나라 사이엔 큰 차이가 있다. 신정아·김옥랑·윤석화씨 등은 문제가 불거진 뒤 도망치듯 외국으로 몸을 피하거나 몰래 귀국한 뒤 접촉을 끊었다. 일단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식인 이들의 태도에서 진지한 반성을 읽기는 힘들다. 반면, 일본에선 잔인할 정도로 집요하게 당사자에게 ‘설명 책임’을 묻는다. 한국의 학력 위조 사태와는 좀 다르지만, 올해 일본에서는 빵·햄·초콜릿 등 식품의 유통기한 변조 사건이 잇따라 큰 사회적 논란이 됐다. 후지야와 이시야 등 유명한 제빵·제과회사 대표들이 몇차례나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머리를 조아렸다. 그래도 여론이 가라앉지 않자 대표가 사퇴하는 것은 물론 판매대에서 문제가 된 종류의 식품들을 모두 수거했다. 그 결과 이들 기업은 현재 거의 도산 상태에 빠져 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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