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의원 선거 참패해도 총리직 보전 강한 의지
“정권을 도중에 내던지는 것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오는 27일 참의원 선거에서 어떤 결과가 나와도 퇴진할 생각이 없다고 〈산케이신문〉이 23일 측근의 말을 따 보도했다. 아베 총리는 퇴진은커녕 오히려 역경을 맞아 투쟁심을 불태우고 있다고 한다. 그는 지난 19일 유세에서 “밟힌 보리가 강하다. 나도 힘겨운 역풍을 받고 있지만 정정당당하게 싸워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나에게 맡겨진 사명” 등 사명이라는 말을 즐겨 사용하고 있다.
‘퇴진 불가’를 강력히 시사하는 아베 총리의 이런 태도는 ‘포스트 아베’로 딱히 적합한 인물이 없고, 강력한 파벌영수도 없는 자민당 사정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9년 전 하시모토 류타로 당시 총리의 선거패배 직후 퇴진과 동시에 오부치 게이조 정권의 탄생이 가능했던 것과는 크게 다르다. 다케시타 노보루 전 총리와 같이 강력한 조정력을 발휘할 킹메이커가 지금 자민당 안에는 없다는 것이다.
포스트 아베 가운데 한명으로 거론되는 아소 다로 외상은 소속 파벌 의원이 15명밖에 되지 않아 당내 기반이 취약하다. 게다가 그는 최근 ‘알츠하이머(치매) 환자’를 비하하는 발언을 해 물의를 빚는 등 실언이 잦은 약점이 있다. 다른 후보인 다니가키 사다카즈 전 재무상은 아베가 소속된 당내 최대파벌에서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전체 242석 가운데 절반인 121석을 다시 뽑는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 획득 의석이 40석 밑으로 떨어지면 아베 총리의 당내 구심력이 급격히 떨어져 자리보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자민당 안에서도 “40석 미만이면 아베 총리는 퇴진”(당3역 경험자)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애초 하시모토 전 총리의 사임을 몰고온 1998년 참의원 선거 결과(44석)가 퇴진을 가름하는 기준선으로 유력하게 제시됐으나, 자민당의 상황이 더 나빠지면서 기준선이 40석으로 더 내려갔다. 22일 〈마이니치신문〉 〈도쿄신문〉 등의 판세분석을 보면, 자민당이 이마저도 얻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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