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반 1.6m 함몰…폐연료 저장조 물 흘러넘쳐
암반 위에 건설된 원자력발전소의 원자로 자체는 별다른 피해는 없는 듯 보였으나 원전 터 지반은 1.6m 정도 내려앉아 지난 16일 지진이 얼마나 강력한 것이었는지 생생히 보여주었다. 또한 원자로 1~7호기 전체의 폐연료 저장조에서 지진 충격으로 물이 흘러 넘친 사실도 드러나 내진 설계에 문제가 있음을 다시한번 드러냈다.
〈아사히신문〉 〈도쿄신문〉 등 일본 언론은 21일 지진 이후 처음 공개된 도쿄전력의 가시와자키 가리와 원전의 르포기사를 통해 이렇게 전했다. 가리와 원전은 애초 예상했던 것보다 2.5배 이상의 충격을 받아 방사능 물질이 섞인 폐핵연료 저장조의 물이 바닷가로 배출되는 등 크고작은 63건의 사고를 일으켰다.
대비태세의 안이함 같은 인재가 문제를 키웠다는 게 일본 언론들의 평가다. 지진의 영향으로 불이 붙은 지 2시간이 지나서야 진화된 변압기 주변 화재가 대표적 사례로 꼽혔다.
〈아사히신문〉은 “화재 때 소화담당 직원이 누구인지 정해져 있지 않아 지진 당시 화재를 발견한 직원 4명이 초기 화재진압에 나서 결국 소방대원들이 오고서야 진화됐다”며 “지역 소방본부와 연결되는 소방직통전화도 이용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지역소방본부는 “다중방호를 자랑해왔던 원전이 이래서는 곤란하다”며 소방계획의 근본적 개선을 요구했다.
도쿄전력 쪽은 모든 폐연료 저수조에서 물이 바닥으로 흘러넘치긴 했지만 6호기를 제외하곤 방사능 물질이 외부로 유출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6호기의 방사능 누출사고를 인지한 지 6시간이 지난 뒤에야 정부에 늑장보고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신문은 전했다.
지난 18일 가시와자키시의 가동정지 명령을 받은 이 원전이 재개되려면 내진보강 공사 필요 여부 검토, 안전성 심사, 지자체의 승인 등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최소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도쿄신문〉은 전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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