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대 훈련장서 사용’ 문서로 첫 확인
미군이 베트남전에 사용한 고엽제를 1960년대 초반 일본 오키나와에 있는 미군 북부훈련장 등에서도 살포한 사실이 미국 정부 문서에서 확인됐다고 <교도통신>이 9일 보도했다.
미 제대군인부가 작성한 문서를 보면, 오키나와에서 1961~62년 수송병으로 근무했던 전 미군 장병이 고엽제가 들어 있는 드럼통을 나르고 빈통에 고엽제를 넣는 작업 외에도 북부훈련장과 그 주변 도로의 잡초 제거를 위해 고엽제를 살포한 것으로 나와 있다. 이 장병은 상관으로부터 고엽제 살포 때 아무런 설명을 받지 못했으며, 방호복도 지급받지 못해 나중에 전립선암에 걸렸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 문서는 괌의 고엽제 사용 실태를 조사해온 괌 의회 의원들이 입수해 공개했다. 제대군인부 불복심사위에서 이 장병에 대해 1998년 1월13일자로 작성한 결정문이다. 심사위는 이 문서가 군의 공식문서는 아니지만 “해당 미군 병사의 증언내용이나 증거가 모순되지 않고 전립선암이 다이옥신을 대량 접촉한 데서 기인한다는 것은 확실하다”며 보상을 인정했다.
그동안 미군이 오키나와에서 고엽제를 저장했다는 주장은 있었지만 사용이 문서로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교도통신>은 “현재도 오키나와 북부훈련장 등의 토양에 다이옥신이 잔류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미-일 정부는 1996년 북부훈련장 7800㏊ 가운데 4000㏊를 일본에 반환키로 합의했으며, 지난 3월 이를 위한 공사가 시작됐다. 그러나 훈련장 일대가 이 지역의 주요 상수원 기능을 해온 만큼 이번 고엽제 살포 사실 공개로 미군기지 반환·이전을 둘러싼 협상에도 영향이 예상된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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