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초의 여성 국방 책임자(방위상)가 되는 고이케 유리코 총리 국가안전보장 담당 보좌관이 3일 기자들의 질문공세를 받고 있다. 도쿄/AFP 연합
총리 국가안전담당 보좌관…‘원폭 발언’ 규마 나흘만에 사임
지난달 30일, 2차대전 당시 미국이 일본에 원자폭탄을 투하한 것을 두고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발언해 파문을 빚은 규마 후미오 일본 방위상(사진)이 3일 사임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이날 당장 고이케 유리코(55) 국가안전보장 담당 총리 보좌관을 일본 최초의 여성 국방 책임자로 내정했다.
일본 언론들은 아베 총리가 규마 방위상의 후임으로 고이케 국가안전보장 담당 총리 보좌관을 내정해 4일 오후 정식 임명한다고 보도했다. 고이케 내정자는 이집트 카이로대학을 나와 아랍어 통역과 텔레비전 앵커를 거쳐 정계에 진출한 뒤 총무차관과 경제기획청 차관, 환경상 등을 역임했다. 고이케 방위상 내정자는 “국가 방위는 너무 중요해 1초도 낭비할 수 없어, 진지한 자세로 신명을 바치겠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가 규마 방위상을 나흘 만에 사임시킨 데 이어 여성을 국방업무 책임자로 처음 임명하는 파격을 단행한 것은 일련의 충격파를 깜짝쇼로 흡수해 참의원 선거(29일)에 끼칠 악영향을 최소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규마 방위상은 사임의 변을 통해 “나는 내 발언이 참의원 선거에 영향을 끼치지 않기를 바랐고, 그게 내가 가장 걱정하는 바”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애초 그의 발언에 대해 “미국의 당시 생각을 소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나 3일 2차대전 당시 피폭당한 나가사키의 시장이 항의문서를 전달하고 연립정권 파트너인 공명당까지 나서서 압박하자 분위기가 급변했다. 그는 기자들한테 “내각 인사가 나가사키와 히로시마 원폭 피해 생존자들의 심정에 상처를 준 것은 아주 경솔했다”고 말했다.
규마 방위상의 원폭 용인 발언과 사임 파동은 아베 정권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아베 정권 지지율은 연금기록 관리 부실과 부패 의혹을 산 마쓰오카 도시카쓰 농림수산상의 갑작스런 자살로 이미 28% 수준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규마 방위상의 사임으로 지난해 9월 아베 정권 발족 이후 1년이 못 돼 3명의 각료가 중도하차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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