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법원이 총련에게 파산한 산하 신용협동조합에 투입된 공적자금을 반환하라고 판결한 18일 도쿄 총련 중앙본부 앞에서 경비를 서고 있던 일본 경찰관이 교대시간이 되자 방탄조끼를 벗어 동료 경찰관에게 건내려 하고 있다. 도쿄/AP 연합
627억엔 반환소송서 패소
소유 건물 30% 경매될듯
소유 건물 30% 경매될듯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가 1955년 창립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자금난과 조직원 이탈이 심화된 데다 사무실로 쓰는 회관들마저 차례로 압류당해, 거리에 나앉게 될 처지에 몰렸다.
도쿄지방재판소는 18일 파산한 총련계 조은신용조합 부실채권을 인수한 일본 정부의 정리회수기구가 총련을 상대로 제기한 627억엔의 공적자금 반환소송에서, 원고 요구대로 전액반환 판결을 내렸다. 또 확정판결 전이라도 압류가 가능하도록 하는‘가집행선언’도 했다. 이에 따라 북한의 재일 외교공관 격인 총련 중앙본부의 건물 등은 압류돼 경매처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총련은 이날 오전 오가타 시게타케(73) 전 공안조사청 장관이 대표로 있는 투자고문회사와 맺은 매매 계약을 철회하고 소유권을 원상회복했다고 총련 소송대리인인 쓰치야 도켄 변호사가 밝혔다. 총련은 압류를 피하려고 토지·건물 매매계약을 맺은 바 있으나, 일본 공안당국의 오가타 전 장관 가택수색 등 탄압으로 불발에 그쳤다.
도쿄도와 오사카부, 지바·아이치·사가현 등의 지방본부 등 9개 총련 관련 시설도 이미 비슷한 소송에서 패소해 압류 또는 가압류된 상태라고 <요미우리신문>이 18일 보도했다. 이로써 29개 총련 시설 가운데 3분의 1 이상의 소유권 행사가 불가능한 상태다. 여기에는 총련계 학교 2곳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총련의 위기는 1997년부터 총련계금융기관(조은신용조합) 16개가 잇따라 파산하면서 시작됐다. 1조1444억엔의 공적자금이 투입됐으며, 2009억엔이 부실채권으로 처리됐다.
2002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시인한 북한의 일본인 납치 사실은 총련계 동포들을 ‘정신적 공황’으로 몰아넣었다. “그때는 재일동포 모두가 충격을 받았다.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이 ‘설마’했던 납치 행위를 인정해 동포들이 깜짝 놀랐다. 정신적 부담이 컸다. 납치문제가 부각된 이후 총련 조직은 두려움 속에서 앞길을 찾지 못했다.” 총련의 한 관계자는 납치 인정에 따른 정신적 충격을 이렇게 설명했다. 1970년대 전반 42만명에 이르던 총련계 동포의 이탈이 가속화해 현재는 8만여명 수준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일본 정부는 2004년 풍속영업법시행규칙 개정으로 사행성이 높은 파친코 기계 사용을 제한해, 총련의 자금줄을 더욱 죄었다. 파친코 업체의 3분의 2는 재일동포가 운영하고 있다.
특히 ‘북한때리기’로 정권을 잡은 아베 신조 총리는 지난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이후 전방위 ‘북한·총련 압박’에 나서고 있다. 남승우 총련 부의장은 지난 3월3일 3·1절 기념행사에서 “아베 정권은 최근 3개월 동안 총련시설 14곳과 재일동포 단체 39곳을 강제수색하고 11명을 체포·구금하는 등 정치적 탄압을 자행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지난 12일 아베 총리는 기자들에게 총련에 대해 “구성원이 납치 등 범죄에 관여했다”며 아예 범죄집단시했다. 총련은 16일 발표한 담화문에서 “아베 총리의 발언은 총련의 붕괴를 노리고 동포의 생활과 생존의 안전조차 위협하는 용서할 수 없는 범죄행위”라고 비난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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