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정권 압력에 계약자 오가타 전 장관 포기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가 자금난을 해소하려고 추진한 본부 부동산 매각이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대북 강경 태도를 고수해 온 아베 신조 정권이 총련을 압박하려고 이 매각 계약을 백지화하도록 압력을 넣은 것으로 전해졌다.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들은 지난 5월 말 도쿄 도심에 있는 총련 중앙본부의 건물과 토지를 매각한 것과 관련해 이를 사들인 회사의 대표이사가 전 공안조사청 장관으로 밝혀지면서 난기류가 형성되고 있다고 13일 보도했다.
일본 언론들은 35억엔에 매매계약을 맺은 하베스트투자고문은 이번주 중에 여러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결제를 할 예정이었으나 이 회사의 대표이사가 오가타 시게타케 전 공안청 장관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투자자들이 자금 제공에 난색을 표시해 계약 자체가 백지화될 것 같다고 전했다.
아베 신조 총리는 이번 계약에 불쾌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져, 총련 쪽은 아베 정권 쪽에서 계약을 철회하도록 입김을 넣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상식적으론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 총련과 오가타 전 장관의 부동산 거래는 서로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게 지배적 분석이다. 현재 총련은 파산한 산하 신용조합의 부실채권 처리 문제로 일본 정부의 정리회수기구로부터 약 630억엔의 상환을 요구받는 소송에 묶여 있다. 총련은 오는 18일 도쿄지법의 판결을 앞두고 있어 서둘러 건물을 매매해야 할 상황이다. 도쿄의 외교소식통은 “총련 입장에서는 패소할 경우 중앙본부의 명도변경으로 거리에 내몰리기 때문에 오가타 전 장관 쪽에 시가보다 싼 가격에 인수 제의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총련은 건물 매각 뒤에도 그 건물에 계속 임차해 쓰기로 이면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가타 전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물러설 때는 물러서겠다”고 계약 철회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는 “총련이 중앙본부를 거점으로 해서 위법활동을 해 일본에 폐를 끼친 것은 사실로 인정하지만 그 때문에 내쫓아버린다면 재일조선인들의 의지처가 없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10만명에 이르는 재일조선인들이 거리에서 헤매지 않게 하기 위해 도와주자는 마음에서 계약을 했다고 덧붙였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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