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딸·손자, 슬픈 ‘뿔뿔이 국적’
까다로운 일 국적법 탓…취업·입학 차별 설움
까다로운 일 국적법 탓…취업·입학 차별 설움
일본 도쿄에 살고 있는 어느 탈북가족 5명의 국적은 세 가지다.
재일동포 남편을 따라 북한에 건너갔다 2001년 탈북한 ‘일본인 부인’(66)와 일본에서 태어난 장녀는 일본 국적, 북한에서 태어난 아들(35)과 딸(35)은 무국적, 손자(20)는 조선적이다.
이 일본인 부인은 “아이들과 손자에게도 일본 국적을 얻게 해주고 싶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으나 일본 정부의 탈북자 지원태세 미흡 등으로 아직 꿈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12일 전했다.
특히 무국적 탈북자의 상당수는 밀입국자로 의심받아 제대로 취직도 못하고 학교 입학에도 어려움을 겪는 등 차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탈북지원단체가 지난 2월 일본 정착이 허용된 탈북자 130여명 가운데 82명의 외국인등록증을 확인한 결과 24명이 무국적 상태인 것으로 밝혀졌다. 나머지는 일본 국적을 다시 취득했거나 ‘조선적’으로 등록한 경우다. 조선적은 대개는 나중에 한국적으로 변경한다.
2004년 일본에 정착한 어느 4인 탈북가족의 경우 3명이 무국적 상태로 일자리를 얻지 못해 생활보호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국적자인 아들은 아르바이트 면접에서 ‘무국적’이라고 쓰인 등록증을 보여주자 의심스런 눈치를 받은 끝에 결국 취업하지 못했다.
입국관리당국은 한반도 출신은 ‘조선적으로 명기한다’는 1971년 방침에 따라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알아서 등록업무를 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실제 국적 등록업무를 하는 지자체의 일처리는 전혀 다르다. 상당수 지자체들은 “탈북자는 여권 등 신분을 입증할 서류를 소지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국적 불명자”라며 무국적 처리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까다로운 일본 국적법도 탈북자 신분 불안의 한 요인으로 지적된다. 국적불명자 처리된 탈북 일본인 부인은 국적이탈 자료가 있어 손쉽게 일본 국적을 다시 취득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아들이나 손자·녀는 어머니 국적에 따라 귀화하려 해도 일정 정도 수입이 없으면 귀화가 인정되지 않는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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