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Vs 오자와
정치생명 건 결전…7월 참의원선거 ‘과반’ 분수령
극우 대 주류우파 권력쟁탈전
극우 대 주류우파 권력쟁탈전
7월22일 참의원 선거는 집권당과 제1야당을 이끄는 두 사람에겐 정치 생명이 걸린 결전이다. 둘 다 참의원 선거 승리를 위한 ‘비장의 카드’로 등판했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이기면 ‘장수 총리’의 길이 열린다. 반면, 패하면 퇴진해야 한다. 승패의 기준은 연립 여당인 자민·공명당의 과반 의석 유지다. 아오키 미키오 자민당 참의원 회장은 “과반 확보에 실패하면 아베 정권이 ‘식물정권’이 된다”고 잘라 말했다.
오자와 대표가 그리는 시나리오가 바로 그것이다. 야당이 참의원 과반을 장악해 아베 정권의 손발을 묶어버리면, 아베 총리는 중의원을 해산해 정권의 신임을 묻는 총선을 치르지 않을 수 없다. 아베 총리의 퇴진 뒤 자민당의 혼란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만큼 정권교체 가능성도 크다.
오자와 대표로선 이번이 ‘총리’ 도전의 마지막 기회다. 실패하면 총리 후보 명단에서 완전히 삭제된다. 총력전에 나설 민주당은 해체 위기까지 몰릴 수 있다. 의원들의 이념적 색채가 다양해 ‘무지개 정당’으로 불리는 민주당은 구심점을 잃은 채, 개헌을 축으로 벌어질 정계개편의 회오리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다가올 참의원 선거는 전국시대 도요토미 히데요시 가문 추종세력과 도쿠가와 이에야스 세력이 천하를 놓고 결전을 벌인 ‘세키가하라 전투’에 비유된다.
아베 총리를 ‘겁먹게’ 하는 유일한 야당 지도자가 오자와 대표다. 아베 총리가 정치 초년병이던 1980년대 말, 오자와 대표는 최연소 집권당 간사장으로 총리 자리를 넘보던 실력자였다. 당을 깨고 나가 자민당 ‘종신집권’에 마침표를 찍은 ‘전설적 파괴자’가 오자와 대표다.
둘의 맞대결은 극우와 현실주의적인 주류 우파의 헤게모니 쟁탈전의 측면도 있다. 오자와대표는 ‘보통국가론’의 원조다. 헌법 개정과 군대 보유의 이론적 기틀을 마련했다. 그러나 현재의 ‘오자와이즘’은 ‘철저한 유엔 중심의 국제공헌과 자위대의 국토방위 전념’으로 완화됐다. 미국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의 이념에 충실한 아베 총리는 세계 어디서든 미군을 위해 피흘릴 수 있는 자위대를 외치고 있다.
“소형 핵 보유는 문제없다”는 아베 총리의 견해에 대해, 오자와 대표는 “핵무장은 백해무익하며 논의도 필요없다”고 반박한다. ‘북한 때리기’가 전공인 아베 총리는 대북 선제공격론을 서슴지 않는다. 반면, 오자와 대표는 “북한은 일본을 공격할 능력도 의도도 없다”며 극우파의 과장된 북 위협론을 맹비난한다. 아베 총리는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총리의 책무로 여기지만, 오자와 대표는 A급 전범의 합사 자체를 문제삼는다.
아베 총리는 대중 인기에 의존하는 이미지형 정치가다. 이에 비해, 오자와 대표는 카리스마를 앞세우며, 세 불리기를 위해 ‘발품’을 파는 것을 아끼지 않는다. ‘고공전’에 능한 아베 총리와 바닥을 훑는 오자와 대표의 결전에 일본 열도가 숨을 죽이고 있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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