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일정 연봉 이상을 받는 사무직 노동자의 잔업수당을 없애는 제도의 도입을 둘러싸고 재계와 노동계가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화이트칼라 익셉션’이라는 이 제도는 일정한 조건에 해당하는 노동자들을 ‘하루 8시간 노동’의 규제로부터 제외해, 노동시간의 유연성을 부여하는 대신 잔업수당을 주지 않는 것이다. 후생노동상 자문기구인 노동정책심의회 분과위는 27일 이 제도의 도입을 촉구하는 보고서를 마련했다. 후생성은 내년 정기국회에 노동기준법 개정안을 제출할 방침이다. 재계에선 “시간으로는 성과 측정이 어려운 노동자들에게 더욱 자유로운 노동형태를 제공하려는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노동계의 거센 반발로 보고서는 제도 도입을 “인정할 수 없다”는 노동계의 견해도 병기했다. 정부 자문기구 보고서에 이런 강력한 표현의 반대 의견을 함께 담은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보고서는 또 제도 적용 대상자에 대해 △책임과 권한을 상당 정도 동반하는 지위에 있으며 △연봉이 상당히 많은, ‘관리직’ 바로 아래 직급 등 추상적으로 제시했을 뿐이다. 후생성은 연봉 8백만~9백만엔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연봉 기준을 명기하지 못했다.
노동계는 “이 제도는 장시간 노동과 과로사를 조장하는 것”이라며 맹렬히 비난하고 있다. 자민당 등은 이 제도가 재계에 너무 치우쳤다는 이미지를 주기 쉽기 때문에 내년 7월 참의원 선거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하는 분위기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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