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불황으로 공적자금까지 받았던 일본 대형은행들이 부실채권을 털어내기가 무섭게 정치자금을 제공할 채비를 갖춰 논란이 일고 있다.
미쓰비시도쿄유에프제이은행과 미즈호홀딩스는 곧 정치헌금 재개 방침을 공식화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은행은 정치자금 제공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 차원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대형은행 6개 그룹은 3월 결산에서 사상 최대의 흑자를 기록했다. 정치자금법은 3년 이상 연속 적자인 기업은 정치자금을 낼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들은 규제 대상이 아니다. 이들 은행은 막대한 규모의 부실채권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받은 공적자금도 모두 갚았다.
하지만 이들 은행은 부실채권 처리를 이유로 최고 7년에 걸쳐 법인세를 면제받았다. 또 그동안 은행의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무료였던 환전을 유료화하는 등 이용자들에게 상당한 부담을 떠안겼다. 금융위기 해소와 경기 부양을 위한 초저금리 정책으로 예금자들이 받지 못한 이자수입은 304조엔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세 면제와 공적자금 투입, 이용자들의 부담 증대에 힘입어 부실을 털어낸 은행들이 집권 자민당에 집중될 정치자금 제공을 서두르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는 지적은 금융계에서도 많이 나온다. 예금금리 인상이나 수수료 할인 등 이용자에 대한 이익 환원을 우선 해야 한다는 것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자민당 총재인 아베 신조 총리는 19일 은행들의 정치자금을 받지 말도록 당에 지시하는 등 긴급 진화에 나섰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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