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소 다로 일본외상
아소 다로 일본 외상이 러시아와의 남쿠릴열도(일본명 북방 4개섬) 영토 분쟁과 관련해 새 제안을 내놓아 눈길을 끌고 있다.
아소 외상은 13일 중의원 외무위원회에서 사적 제안을 전제로, 분쟁 대상 섬들을 면적 기준으로 이등분해 경계선을 정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이렇게 하면 “(일본에서 가장 멀고 큰) 에토로후 섬의 25%와 나머지 3개섬을 (일본 영토로) 끌어들이는 것이 가능하다”며 “면적을 생각하지 않은 채 (일본 소유의) 섬이 2개, 3개, 4개라고 말하는 것은 얘기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실 문제에 바탕을 두고 협상해야 한다”며 자신의 제안이 협상 진척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구상은 강경 우파인 마에하라 세이지 전 민주당 대표가 “나누더라도 4개섬 모두 일본의 영토로 들어오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하자, 제시한 것이다.
이 제안은 4개섬 일괄 반환을 줄기차게 요구해온 일본 정부의 기존 방침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이 정도면 일본 국내의 불만도 별로 없을 것이라는 계산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러시아가 국경분쟁을 매듭지을 때 분쟁지역을 이등분한 사례들을 참고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일본 쪽에 있는 작은 섬 2개만 반환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러시아로선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제안인 만큼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별로 없다. 특히 최근 러시아는 고유가로 국력이 팽창하고 있어 일본과의 영토 협상에 매우 소극적이다. 일본에선 외무성 담당 부서를 중심으로 2개섬을 우선 반환받고 협상을 계속하자는 타협안이 제시된 적이 있으나, 강경 우파의 거센 비난으로 쑥 들어간 상태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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