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언론·재계 한목소리 촉구
집권 자민당의 아베 신조 새 총재에게 실패한 아시아 외교를 회생시킬 것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일본 안팎에서 잇따르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21일 1면 정치부장 칼럼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아시아 외교를 ‘잃어버린 5년’으로 비판하고, “새 정권의 최대 과제는 외교력의 재생이며, 그 열쇠는 중국·한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기둥으로 하는 아시아 외교 바로세우기”라고 지적했다. 칼럼은 “1972년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과 같은 일본판 국면 타개가 있을 것인지, 외교 재구축의 기회를 놓치고 말 것인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며 “중국을 ‘책임있는 이해공유자’로 규정해 국제사회로의 통합을 촉구한 (당시) 미국 전략에 필적하는 외교 독트린을 내올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사설에서 “특히 신경 쓰이는 것은 역사인식 문제”라며 “한·중과의 정상회담을 조기에 부활시키려면 우선 식민지 지배와 침략을 솔직히 반성하는 역사인식을 확실히 보여주고 새 시대의 아시아 외교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쿄신문〉도 “만약 일본이 전쟁 전과 같은 고립을 향해 달려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아베 정치에 해당된다면 시계가 한참 거꾸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한·중과의 관계 회복을 서두를 것을 주문했다.
일본 재계도 이런 움직임에 동참했다. 야마구치 노부오 상공회의소 회장은 20일 기자회견에서 야스쿠니 문제를 거론하며 “한·중과의 관계 개선은 중요한 국익”이라며 “국가를 위해 무엇이 좋은지를 잘 판단해달라”고 당부했다. 미야하라 겐지 스미토모상사 회장은 “이웃 나라 정상과의 회담을 하루빨리 실현해달라”고 요청했다.
미국의 일본 전문가 제럴드 커티스 컬럼비아대 교수는 〈블룸버그통신〉에서 “과거사 문제를 제쳐놓을 방도는 없다”며 “일본이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중국 등과의 관계가 계속 악화되는 것은 미국의 우려사항이므로, ‘진주만을 공격당한 나라’가 무언가 발언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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