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략전쟁 사죄 ‘무라야마담화’ 철회 시사
논란빚자 “기본정신은 이어나갈 것” 물러서
논란빚자 “기본정신은 이어나갈 것” 물러서
차기 일본 총리가 확실시되는 아베 신조 관방장관이 침략전쟁과 식민지배에 대한 일본 정부의 기존 견해를 이어받지 않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철회해 논란이 일고 있다.
아베 장관은 6일 일본 언론들과 한 인터뷰에서 ‘무라야마 담화’에 대한 평가를 질문받고 “일본 정부의 역사적 담화가 됐다”며 “차기 내각에선 그 내각의 과거 전쟁에 대한 인식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이런 발언은 무라야마 담화에 구애받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무라야마 담화는 1995년 패전 50돌을 맞아 사회당 출신 무라야마 도미이치 총리가 “아시아 나라들의 국민들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안긴 데 대해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표명한 것이다. 이후 일본 총리들은 무라야마 담화를 정부의 공식 견해로 삼았으며,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도 국회 답변에서 “같은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아베 장관은 침략과 식민지배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거부하는 것으로 들리는 이 발언이 논란을 빚자, 잇따라 발언을 수정하며 파장을 가라앉히려 안간힘을 쏟았다. 그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인식을 보여주는 담화를 낼 필요는 없지 않은가”라며 한발 물러선 뒤 “역사인식은 역사가에게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7일 오전에는 “많은 나라에 많은 고통을 주고 상처를 남겼다는 데 대한 솔직한 반성에서 민주적 국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오후에는 “(무라야마 담화의) 기본 정신은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그는 자신이 반성·사죄하는 인식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아사히신문>은 “아베 장관이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마찬가지로 역사인식에서도 ‘모호 전략’을 펴고 있다”며 “그가 주변 사람들에겐 무라야마 담화와 그에 바탕한 역대 총리의 사죄에 위화감을 나타내 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95년 과거사에 대한 깊은 반성을 표명한 국회 결의안 채택 때도 반대 의사를 밝히며 본회의 참석을 거부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는 “역사인식의 측면에서 볼 때 무라야마 담화를 견지할 것인지는 야스쿠니 참배 여부보다 훨씬 본질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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