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오른쪽에서 세번째) 일본 총리가 13일 도쿄 지요다구에 있는 자민당 당사에서 새로운 당 간부들과 손을 잡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당 인사와 대대적인 개각을 단행했다. 도쿄/AFP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3일 자민당과 내각 인사에서 핵심 요직인 관방장관과 당 간사장에 각각 마쓰노 히로카즈(61), 모테기 도시미쓰(67)를 유임시켰다. 새 외무상은 기시다파 소속인 가미카와 요코(70) 전 법무상이 임명돼, 21년 만에 여성 외무상이 탄생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자민당 간부 인사와 함께 대대적인 개각을 단행했다. 내각은 전체 각료 19명 중 13명을 새 인물로 채웠고, 처음으로 입각하는 각료만 11명이다. 여성 각료는 현재 2명에서 5명까지 늘었다.
내각의 ‘2인자’ 자리인 관방장관은 자민당 최대 파벌인 ‘아베파’ 소속의 마쓰노 장관이 유임됐다. 외무상은 일본이 주요 7개국(G7) 의장국을 맡고 있는 상황에서 교체돼 눈길을 끌었다. 가미카와 새 외무상은 기시다파 소속이며 법무상 등을 역임한 경력이 있다. 여성 외무상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정권 때인 2002년 이후 21년 만이다.
새 방위상엔 기하라 미노루(54) 중의원이 발탁됐다. 기하라 방위상은 스가 요시히데 정권에서 안보 담당 총리 보좌관을 지냈으며 이번이 첫 입각이다. 2021년 기시다 총리와 총리 경쟁을 벌였던 고노 다로(60) 디지털담당상과 다카이치 사나에(62) 경제안전보장상은 유임됐다.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류를 담당하는 니시무라 야스토시(60) 경제산업상도 정책의 연속성이 강조되면서 계속 맡기로 했다.
일본 새 외무상엔 기시다파 소속인 가미카와 요코(70) 전 법무상이 임명되는 등 21년 만에 여성 외무상이 탄생했다.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당 간부는 모테기 간사장과 아소 다로 부총재가 유임되면서 ‘아소파-모테기파-기시다파’를 중심으로 한 ‘삼두 정치’를 유지해 나기로 했다. 기시다 총리가 이번 인사에서 가장 고민을 했던 자리가 ‘모테기 간사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모테기 간사장이 ‘포스트 기시다’ 의지를 공공연히 밝히는 가운데, 기시다 총리가 잠재적 경쟁자를 핵심 요직에 남기고 싶어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간사장은 당 인사, 자금 관리, 선거 공천 등에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아소 부총재가 ‘모테기 유임’을 조언하면서 결국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시다 총리가 모테기 간사장을 견제하기 위해 당 4역 중 하나인 선거대책위원장에 오부치 유코(49) 중의원을 발탁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모테기파 소속인 오부치 의원은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으로 유명한 오부치 게이조(1937~2000) 전 총리의 차녀로 경제산업상, 저출산담당상을 역임하는 등 젊은 나이에도 정치 경험이 풍부하고 전국적으로 인지도가 높다. 아사히신문은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돼 왔던 오부치 의원이 당 4역에 오르면서 자연스럽게 모테기파 내 존재감이 높아지게 됐다. 내년 총재 선거에서 ‘모테기 단일 후보’로 정리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인사는 기시다 총리의 당 총재 ‘재선 굳히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당내 기반 안정을 위해 가장 큰 파벌인 ‘아베파’부터 ’아소파’, ‘모테기파’를 두루 안배해 인사를 했다. 2024년 가을 총재 선거에서 재선을 확실하게 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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