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기념촬영을 하며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내달 7일 첫 한국 방문이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한-일 관계 핵심 현안인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과 관련해 윤석열 정부의 일방적인 양보안에 기시다 총리가 어떤 ‘성의 있는 호응’을 취할지 관심이 쏠린다.
<요미우리신문>은 30일 복수의 한-일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기시다 총리의 취임 뒤 첫 방한이 5월7~8일 실현되는 방향”이라고 보도했다. 기시다 총리도 29일 아프리카 순방에 앞서 기자들을 만나 “(방한의) 구체적인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면서도 “3월 윤 대통령과 (도쿄 정상) 회담에서 ‘셔틀 외교’ 재개에 뜻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한국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일본 언론 보도에 대해 “공식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일본 총리의 방한이 최종 확정되면 2018년 2월 고 아베 신조 당시 총리가 평창겨울올림픽을 계기로 한국을 방문한 이후 5년 3개월 만이 된다. 한-일 정상이 정례적으로 상대국을 방문하는 ‘셔틀 외교’ 차원에서 일본 총리가 한국에 오는 것은 2011년 10월 노다 요시히코 총리 이후 11년 7개월 만이다.
기시다 총리는 애초 내달 19~21일 히로시마에서 개최되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끝내고 올해 여름 이후 방한을 추진했지만, 이를 앞당긴 것으로 전해졌다. 주요 7개국 정상회의 때 한국 정부도 초대된 만큼, ‘셔틀 외교’ 합의에도 윤 대통령이 연이어 일본을 방문하는 모양새가 된다. 가뜩이나 한국에선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에 대해 ‘굴욕외교’라는 비판이 큰 상태여서, 기시다 총리의 답방 없이 윤 대통령이 잇따라 일본을 방문할 경우 부정 여론이 커질 수밖에 없다. <요미우리신문>은 조기 방한에 대해 “일-한 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윤 대통령을 뒷받침하려는 의도다. 총리가 방한해 윤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에 화답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미·일의 결속을 강화하려는 목적도 있다. <교도통신>은 “동맹국인 미국이 중시하는 일-한 결속을 과시하려는 의도도 있다. 미국의 의향도 방한의 큰 요인”이라고 전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6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때도 한·미·일 협력을 강조했다. 통신은 “일본 정부로서는 이런 흐름을 간과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일 정상회담에선 북한 핵·미사일 대응과 반도체 공급망 등 경제안보가 주요하게 논의될 것으로 전해졌다. <산케이신문>은 “윤 대통령으로부터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설명을 듣고, 북한 정세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해 안보 협력을 가속화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시다 총리가 한국 방문을 계기로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와 관련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윤 정부가 한국 내 반발을 무시하고 일본 피고 기업 대신 한국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배상하는 일방적인 양보안을 발표한 것에 일본 정부는 ‘담화 계승’ 정도만 언급하는데 그쳤다. <아사히신문>은 “한국에선 일본 쪽의 명확한 사죄가 없다는 비판이 있어, 이번 회담에서 총리가 어떻게 말할지가 주목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가 ‘사과와 반성’을 언급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교도통신>은 “총리는 자민당 보수파의 동향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어 한국 쪽의 요청에 응할 전망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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