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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일 초등교과서 ‘강제동원·징병’ 대놓고 뭉갰다

등록 2023-03-28 15:59수정 2023-03-29 11:19

“독도는 일본땅” 모든 초등교과서에, 더 상세히
윤 대통령 방일 열흘여 만에…외교부 유감 성명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한-일 확대정상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한-일 정상회담을 위해 한국 대통령이 일본을 찾은 것은 이명박 정부 때 이후 11년3개월 만이다. 도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한-일 확대정상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한-일 정상회담을 위해 한국 대통령이 일본을 찾은 것은 이명박 정부 때 이후 11년3개월 만이다. 도쿄/연합뉴스

내년부터 일본 초등학교 6학년이 배우는 사회 교과서에 조선인 징병을 포함해 강제동원과 관련한 강제성 기술이 이전보다 약화됐다. 초등학교 고학년(3~6학년)용 교과서에선 독도가 “일본의 고유 영토”이고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부당한 주장이 더 상세해졌다.

한-일 간 역사 문제와 관련해 일본의 ‘진정성 있는 호응’을 기대하는 윤석열 정부의 기대와 달리, 지난 식민지배와 침략의 역사를 이제 그만 ‘망각’하려는 일본의 속내가 좀 더 노골화된 모습이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28일 2024년부터 사용하게 될 초등학교 사회과 교과서 등의 검정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를 분석한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아시아평화와역사연구소의 검토 자료를 보면, 이날 검정을 통과한 초등 6학년 사회 교과서(3종) 모두에서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강제성’ 관련 기술이 4년 전인 2019년 검정 때보다 더 후퇴한 것으로 확인됐다. 

2023년 검정을 통과한 일본 교이쿠출판 초등 5학년 사회교과서의 일부분. 일본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쪽 표현)에서는 한국이 자국의 영토라고 주장하며 불법적인 점거를 계속하고 있다고 쓰여 있다.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 제공
2023년 검정을 통과한 일본 교이쿠출판 초등 5학년 사회교과서의 일부분. 일본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쪽 표현)에서는 한국이 자국의 영토라고 주장하며 불법적인 점거를 계속하고 있다고 쓰여 있다.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 제공

도쿄서적은 2019년 검정 통과본에선 ‘전쟁과 조선사람들’ 부분에 실린 사진을 설명하며 “병사가 된 조선의 젊은이들”이라고 적었지만, 올해는 “지원해서 병사가 된 조선의 젊은이들”로 표현을 바꿨다.일본이 조선에서 육군지원병제도를 도입한 것은 1938년이고 징병제를 실시한 것은 1944년부터다. 관련 사진의 촬영 시점을 정확히 알 순 없지만, 조선인을 전쟁터로 끌어낸 행위에 대한 일본 정부의 책임을 부정하고, 조선인들이 ‘자발성’을 강조하려는 일본 정부의 의도를 읽을 수 있다. 교과서 본문 내의 기술도 “남성은 일본군의 병사로 징병되고”에서 “남성은 일본군의 병사로 참가하고, 후에 징병제가 시행됐다”로 수정됐다.

한-일 간 핵심 현안이었던 강제동원 피해자와 관련된 구절에선 “다수의 조선인과 중국인이 강제적으로 끌려와서”라는 표현이 “강제적으로 동원되어”로 바뀌었다. 일본 정부가 2021년 각의(국무회의)를 통해 강제연행·연행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며 ‘끌려와서’라는 부분이 삭제된 것으로 보인다. 교이쿠(교육)출판 교과서에선 “일본군 병사로 징병되어 전지에 보내졌다”는 문구에서 “징병”이라는 단어만 쏙 삭제했다.

2023년 검정을 통과한 도쿄서적 초등 6학년 사회교과서에 ‘전쟁과 조선 사람들’ 부분의 사진 설명에서 이전 교과서에선 ‘병사가 된 조선의 젊은이들’로 서술했지만, 이번엔 ‘지원해서’라는 말을 새로 추가했다. ‘징병’이 강제가 아닌 자발적 선택이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다.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 제공
2023년 검정을 통과한 도쿄서적 초등 6학년 사회교과서에 ‘전쟁과 조선 사람들’ 부분의 사진 설명에서 이전 교과서에선 ‘병사가 된 조선의 젊은이들’로 서술했지만, 이번엔 ‘지원해서’라는 말을 새로 추가했다. ‘징병’이 강제가 아닌 자발적 선택이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다.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 제공

조선인 강제동원 관련된 전반적인 기술이 부실한 것도 문제다. 초등 6학년 사회교과서 3종 모두에 관련 내용이 실려 있었지만, 2~3문장 정도로 극히 짧았다. 올해로 100주년이 되는 1923년 9월1일 간토대지진 직후 조선인 학살에 대한 기술도 사라졌다. 니혼분쿄(일본문교) 교과서는 “잘못된 소문이 퍼져 많은 조선인들이 살해당하는 사건도 일어났다”고 언급했는데, 이번엔 통째로 사라졌다. 초등학교 교과서인 탓에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기술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에 반해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일본의 부당한 영토 주장은 모든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렸고, 기술 또한 자세해졌다. 모든 초등 3~6학년용 사회·지도(지리) 교과서에 일본의 부당한 독도 주장이 실렸고,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려고 “일본 정부가 항의하고 있다”는 내용도 니혼분쿄 6학년 사회 교과서만 빼고 전부 실렸다.

일본 초등학교 교과서 내 독도 관련 기술은 2010년엔 1개 출판사에만 포함돼 있었지만, 2012년 8월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인 2014년부터 모든 교과서로 확대됐다. 관련 언급도 구체화되고 있다. 도쿄서적 5학년 사회교과서는 이전엔 “한국이 불법으로 점령”이라고 표현했는데 “70년 정도 전부터”라는 내용이 추가됐다.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아시아평화와역사연구소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부가 주도하는 역사 부정 정책이 초등학교 교과서에까지 직접적 영향을 주고 있다”며 “이웃 나라에 대한 침략과 불법 지배 등 아픈 역사를 가르치지 않으면, 아시아인들과 평화롭게 공존하는 미래의 일본인을 길러내지 못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정부도 오후 외교부 대변인 명의 성명을 내어 독도 관련 부당한 기술과 “강제동원 관련 표현 및 서술이 강제성을 희석하는 방향으로 변경된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드러냈다. 외교부는 “일본 정부가 밝혀온 과거사 관련 사죄와 반성의 정신을 진정성 있게 실천해 나가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정인환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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