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가 일한의원연맹의 새 회장이 됐다.
일한의원연맹은 3일 임원회의를 열어 누카가 후쿠시로 전 회장의 뒤를 잇는 차기 회장에 스가 전 총리를 내정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일제히 밝혔다. 스가 전 총리는 이 자리에서 “일-한은 경제적으로도 안전보장 면에서도 극히 중요한 이웃 나라다. 양국의 우호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자리를 물려준 누카가 전 회장은 스가 전 총리는 “관방장관으로서 일-한 간에 발생하는 역사 문제에 맞서 정면에서 노력해 온 귀중한 경험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스가 전 총리는 지난해 7월 숨진 아베 신조 전 총리를 도와 7년 8개월(2012년 12월~2020년 8월) 동안 ‘정권의 2인자’인 관방장관을 맡으며 2015년 12월 위안부 합의, 2019년 7월 반도체 제조에 꼭 필요한 불화수소 등 3개 물질의 수출관리 엄격화 조처 등을 취한 바 있다. 이후 건강 문제로 인해 갑작스레 퇴임한 아베 전 총리의 뒤를 이어 2020년 9월 총리직에 올랐다.
이념적 성향이 강한 아베 전 총리에 비해 현실주의자라는 평가를 받아온 스가 전 총리가 총리직에 올랐을 때는 한-일 협력의 필요성 등을 현실적으로 고려해 적극적인 관계 개선에 나설 것이라 기대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응 등 국내 현안 대응에 쫓기며 1년 만에 정권을 내려 놓았다.
중량감 있는 총리 경험자가 새 회장을 맡으며 ‘활동이 부진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일한의원연맹에 힘이 실리게 됐다. 하지만, 양국 간 최대 현안인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와 관련해 두 나라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해법 만들기가 쉽지 않아 당장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내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한국 쪽 모임인 한일의원연맹 회장은 김진표 국회의장의 뒤를 이어받아 지난해 7월부터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이 맡고 있다.
길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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