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 탱크에 보관 중인 방사성 물질 오염수. AP 연합뉴스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 탱크에 보관 중인 방사성 물질 오염수를 바다로 내보내는 데 이용할 해저터널의 공사가 83%까지 완공되는 등 막바지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주변 어민들은 최근 경제산업상을 만나 오염수 바다 방류에 대해 반대 입장을 재차 밝혔지만, 일본 정부의 방침을 바꾸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도쿄신문>은 26일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오염수)의 바다 방류를 위한 설비 공사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어민들이 반대하고 있지만 올 봄·여름께 방류를 시작할 것”이라고 전했다. 오염수의 바다 방류를 위한 핵심 공사는 원전이 위치한 해안에서 1㎞ 길이의 해저터널을 새로 만드는 작업이다. 해저터널을 통해 해안에서 좀 떨어진 곳에서 방류하면,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트리튬)를 더 쉽게 희석하고 수산물 오염 우려로 인한 어민 피해도 줄일 수 있을 것이란 게 일본 정부의 생각이다.
1㎞ 길이의 해저터널은 현재 약 830m까지 굴착이 끝났다. 수심 12m에서 터널과 연결돼 오염수가 바다로 흘러갈 방출구 공사는 이미 완성된 상태다. 남은 170m를 추가로 파서 방출구와 연결하면 방류를 위한 물리적 공사는 끝나게 된다. 후쿠시마 원전 부지 내 탱크에 있는 오염수를 바다 근처까지 운반할 배관과 잠시 저장할 수 있는 수조 역시 공사가 진행 중이다. 도쿄전력은 6월까지 모든 공사를 끝내는 것이 목표다.
도쿄전력은 지난 14일엔 오염수를 방류하기 전 방사성 물질 농도 측정의 상세한 내용 등을 담은 ‘방류계획 개정안’을 원자력규제위원회에 제출했다. 조만간 바다 방류의 구체적인 절차도 마무리된다. 도쿄전력은 최근 바다에 흘려보내기 전 오염수의 측정·평가 대상 방사성 핵종을 기존 64개에서 30개로 대폭 축소했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 방류에 우려를 쏟아내는 어민들과 한국 등 주변국 설득에 나서고 있다.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은 25일 후쿠시마현 이와키시에서 이 지역 어업인들 만나 오염수 방류의 필요성을 전하고 이해를 구했다. 하지만 노자키 데쓰 후쿠시마현 어업협동조합연합회장은 “우리는 후쿠시마현에서 어업을 계속하고 싶다. 우리는 (오염수의) 바다 방류를 반대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도쿄신문>에 따르면, 이 자리에 참석한 어업인들은 “우리가 바다 방류를 양해하지 않았는데, 봄·여름께 방류를 시작한다는 것은 무슨 일이냐”며 분노했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 방류로 인한 손해를 보상하고, 어업인을 지원하기 위해 기금을 마련했다. 여기에 약 800억엔(약 7700억원)이 투입된다.
일본 정부는 방류 연기를 공식 요구한 태평양 섬나라를 상대로도 설득 작업을 하고 있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2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유엔총회 특별회의 참석을 계기로 태평양 도서국의 유엔 상주 대표 등과 만나 오염수 문제 등을 논의했다. 일본 정부는 오는 4월 삿포로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기후·에너지·환경 장관 회의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에 대해 ‘(바다) 방류를 위한 투명한 과정을 환영한다’ 등의 문구를 공동성명에 넣으려고 각국과 조율 중이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약 132만t)의 방사성 물질 농도를 법적 기준치 이하로 낮춘 뒤, 올 봄·여름부터 30년에 걸쳐 바다에 방류할 예정이다. 특히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제거되지 않는 삼중수소는 기준치의 40분의 1 이하로 농도를 희석해 바다로 내보낸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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