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 해결 방안을 두고 피해자 대리인단 및 지원단체가 지난달 서울 용산구 식민지역사박물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일 관계 최대 현안인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를 놓고 한국 정부가 한-일 기업의 기부를 받아 대신 갚는 방안을 최종 조율하고 있다는 일본 언론 보도가 나왔다. 한국 기업의 기부만으로 보상을 시작할 예정이던 정부 내에서 기류가 바뀐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아사히신문>은 11일 한-일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한국 정부가 일제강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일-한 양쪽 기업으로부터 기부금을 모아 배상 금액을 대신 갚는 방식을 ‘해결책’으로 최종 조율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기부에 참여하는 일본 기업이 일본제철, 미쓰비시중공업 등 피고 기업인지는 특정하지 않았다.
이는 외교부가 지난달 강제동원 피해자 쪽에, 일본 원고 기업이 아닌 한국 기업의 기부만으로 보상하는 방안을 강제동원 문제 해결의 ‘유력한 안’으로 통보한 것과는 다른 움직임이다. 이 신문의 인터넷판을 보면, “일본 쪽의 호응이 보이지 않더라도 원고에 대한 지급을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던 한국 정부 안에서도 일본의 호응이 없으면 ‘원고나 국민의 이해를 얻을 수 없다’(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쪽으로 생각이 정리된 상태”라고 전했다. 한국 정부가 일본의 사과와 배상 참여 등 ‘성의 있는 호응’이 없는 상태에서 한국 기업의 돈 만으로 피해자에게 위로금을 일방적으로 지급하진 않겠다는 쪽으로 결론을 모아가는 중이라는 지적이다.
다만 신문 지면에는 “한국도 일본 기업이 기부에 동참한다는 전망이나 일본 쪽으로부터 과거에 대한 어떠한 ‘사과’와 ‘반성’의 취지가 담긴 호응이 없으면 ‘원고나 국민의 이해를 얻을 수 없다’(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생각”이라고 표현이 조금 달라졌다.
외교부는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 해법을 논의하는 공개토론회를 예정하고 있다. 이 신문은 “한국 정부는 토론회 이후 (한-일) 외교당국 협의회에서 이 구조(한-일 기업 기부로 배상)를 ‘해결책’으로 일본 쪽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어 “일본 쪽에서 향후 전향적인 호응이 있을 경우 ‘해결책’으로 공표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한-일 정상회담뿐만 아니라 외교당국 협의 과정에서 일본 정부가 ‘성의 있는 호응’에 대해 변화된 움직임이 없었던 만큼, 한국 쪽이 먼저 ‘해법’을 결정한 뒤 한-일 협의 과정에서 최종안을 제시하고 설득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아사히신문>은 “한국 쪽의 해결책(한-일 기업 기부로 배상)은 외교협의에서 의제로 올랐지만, 일본이 협력에 난색을 표시해 왔다”며 “일본 쪽과 협의가 계속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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