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 9월 뉴욕 맨해튼 유엔총회장 인근의 콘퍼런스빌딩에서 만나 약 30분 동안 대화를 나눴다. 연합뉴스
이달 중순 열릴 것으로 보이는 한-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이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실현을 위한 양국 협력을 확인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일이 북한 핵·미사일 대응을 넘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협력에도 나설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다.
<산케이신문>은 9일 복수의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기시다 총리는 윤석열 한국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일-한 공통의 목표로 공유하려고 한다”며 “미사일 발사를 거듭하는 대북 대응을 넘어 중국을 염두에 두고 법치주의에 입각한 국제질서 구축과 대만해협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을 확인하겠다는 의도”라고 밝혔다. 한-일이 공통된 안보 위협인 북핵·미사일 위협을 넘어 중국 견제를 의미하는 인도·태평양 사안에까지 협력을 확대하도록 일본이 한국을 견인해 가겠다는 의미다.
이 신문은 한-미, 미-일 등 미국을 매개로 이뤄지던, 인도·태평양 협력을 한-일 양자 협력 사안으로 확대하는 배경에 대해 “지난 5월 일·미와의 관계를 중시하는 윤 정권이 출범했다. 5년 만에 일·미·한 대잠수함 공동훈련을 실시하고, 일본에서 열린 국제관함식에 한국 해군이 7년 만에 참가하는 등 관계 개선 조짐이 보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흐름이 확인된 것은 지난달 26일 도쿄에서 개최된 한·미·일 외교차관 회담이다. 이 회담 뒤 3개국 공동성명은 나오지 않았지만, 세 나라 차관들은 이날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한·미·일 3각 안보 협력을 북핵 대응뿐만 아니라 인도·태평양 등 폭넓게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특히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우리는 대만해협의 평화가 중요하다는 점을 이야기했다. 일본·한국과 협력해 대만의 자위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일이 대만 사태와 관련해 한국에 군사적 협력까지 요구한다면, 한-중 관계의 파탄을 각오해야 하는 선택에 내몰릴 수도 있다.
인도·태평양은 미-중의 전략적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는 곳이다.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실현은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중국을 겨냥해 2016년 본격 제안한 외교 방침으로 2017년 이후 미국의 공식적인 외교 정책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일본·인도·오스트레일리아가 모인 4자 협의체인 ‘쿼드’(Quad)가 만들어졌고,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뒤 쿼드 틀을 통해 네 번이나 화상·대면 정상회담이 이뤄졌다.
한편, <산케이신문>은 이날 한-일 관계 최대 현안인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에 대해선 정상회담에서 진전될 수 있을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한국 쪽이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지 미묘한 (국내) 정세 때문이다. 이번 정상간 만남이 ‘단시간 회담’ 쪽으로 조정되고 있다”고 전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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